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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사람 Oct 20. 2023

아름다운 건 어쩌면 슬픈 일일 수도

친구들과 양주의 카페를 갔다. 테라스 너머로 공원이 보이는데 웬일인지 넓은 공간을 사람들이 빽빽하게 채우고 있다. 양주 시민이 다 나온 듯했다. 무슨 행사를 하는 것 같아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니 몇 분 뒤에 이곳에서 드론쇼를 한다고 한다. 수다와 커피는 나중이 되고 얼른 드론쇼를 감상하기 위해 테라스로 나왔다. 곧 반짝이는 불빛들이 운동장으로 보이는 곳에서부터 위로 서서히 올라오더니 우리 눈높이에 멈춘다. 그리고 캄캄한 저녁 하늘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본 드론쇼는 상상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거의 시작과 동시에 울컥했다. 왜 반짝이는 걸 보는데 눈물이 나려고 하는 건지 이상했고 내 감정의 출처가 궁금해졌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젖은 눈으로 수많은 드론들이 만드는 꽃과 구름 나무 무지개 등을 차례로 지켜봤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야 그 눈물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10월은 11년 전 할아버지가 천국에 가신 달이다. 가족끼리 산소에 가는 날짜를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엄마는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엄마가 동생을 임신하셨을 때 병원에서는 다운증후군 아이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했다 한다. 엄마는 두려워서 매일 같이 울었고 할머니 외할머니 비롯한 많은 어른들은 자신들도 처음 겪는 일들에 발만 동동 구르셨다고 한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다르셨다. 자꾸 울면 태아에 좋지 않다고 엄격히 혼내시면서 다정하게 며느리를 좋은 곳에 데리고 다니시고 좋은 것 사서 입히시고 좋은 음식을 먹이셨다 한다. 걱정 가득하던 엄마의 마음은 편안해질 수 있었다. 처음 병원과 그 후 갔던 다른 병원에서 들은 말은 완전히 달랐다고 한다. 태아는 아주 건강한데 무슨 소리냐며.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터져 나오는 울음을 막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 덕분에 우리 가족은 무사히 건강한 내 동생을 만날 수 있었다. 할아버지의 믿음은 그런 것이었다. 할아버지가 계셔서 내가 있고 우리 가족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렇게나 할아버지의 사랑이 도처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울컥한다.


할아버지는 예전부터 나의 눈물 버튼이다. 그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나려고 한다.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할아버지께 받은 많은 선물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슬픈 것이다.

아름다움을 느끼면 눈물이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름다운 드론쇼를 보고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했고 친하든 안 친하든 누군가의 결혼식에서 신부가 입장할 때마다 그렇게나 격한 감정들이 일어났던 것이다. 지난 주말 친구의 결혼식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건 어쩌면 슬픈 일일 수도.


시월의 맑은 하늘을 보며 다시 할아버지를 떠올린다. 할아버지를 뵈러 가는 길은 늘 덥지도 춥지도 않다. 이것도 다 자식들을 극진히 아끼신 당신의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계절 자연스럽게 단풍을 즐기며 그 사랑을 느낀다. 우리 곁을 떠나신 지도 벌써 10년이 넘어가지만 이상하게 그리움은 날이 갈수록 커진다. 아무리 많은 날들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것 같다. 함께했던 시간들이 아득해 보이지만 나는 그 기억으로 지금을 살고 있다. 한차례 폭풍 같이 왔던 사춘기 시절을 덕분에 무사히 보냈다. 그때를 생각하면 어리고 철없던 행동이 당신께 상처가 되진 않았을지 막심한 후회가 들고 죄송스럽다. 할아버지의 손녀라는 사실이 내게 최고의 자랑이고 할아버지를 닮아 글을 잘 쓴다는 말은 들어본 칭찬 중 으뜸이다. 할아버지의 부끄럽지 않은 손녀딸이 되고 싶다. 할아버지는 내 마음의 지침이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양심이 미혹당할 때 할아버지는 어떤 선택을 하셨을까 생각하게 하고 좋은 쪽으로 고를 수 있게 하신다. 이렇게 자꾸 할아버지 생각을 하다 보니 또 슬퍼진다. 왜 너무 아름다운 걸 보면 눈물이 나는 것처럼.


아름답고 슬픈 계절에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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