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방 베란다에서, 언젠가부터 퀴퀴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오래된 집이면 뭐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남편은 달랐다.
ESFJ 특유의 분위기 레이더가 작동했다.
그는 눈썹을 찌푸리며 말없이 그 자리에서 몇 바퀴 돌았다. 그리고는 단정했다.
“이건… 무조건 뭔가 있는 거야.”
그 말이 떨어지자, 집 안은 곧 작은 전쟁터가 됐다.
남편은 베란다 구석을 파헤쳤고 곧이어 작은방 베란다 냄새의 원인이 드러난다. 인테리어 업체가 장판을 새로 깔면서, 기존 장판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덮어버렸던 것. 온도차가 생기며 결로가 생기고, 곰팡이는 물처럼 스며 나왔다.
우리는 그 밑에 고여 있는 곰팡이 물을 보고 잠시 말을 잃었다. “이걸 이렇게 덮어놨다고…? 무슨 작업을 이따구로 한 거야.” 목소리엔 분노가 섞여 있다.
마스크와 장갑을 챙겨 끼고, 50L짜리 종량제봉투를 옆에 둔다. 그리고 곰팡이 자국이 덕지덕지 붙은 오래된 장판을 드러냈다. 그 위에 새로 깔았던 장판은 화장실로 가져가 샤워기로 구석구석 씻어낸 뒤, 거실 베란다에 놓고 말렸다.
그는 이 집의 ‘탈취 담당자’이자 ‘냄새 관리실장’이 되어 있었다.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곰팡이 제거제를 뿌리고, 닦고, 말리고 또 뿌리고. 몇 시간에 걸쳐 대대적인 청소를 했다.
하지만 작업을 끝낸 직후, 곰팡이 냄새는 오히려 더 짙어진 것 같기도 했다. 잠자던 공기가 휘저어지고, 바닥 속 깊숙이 스며 있던 냄새가 한꺼번에 퍼져 나온 걸까.
우리는 결심했다. 환기를 시켜야 한다. 아주, 제대로.
온 집안 창문을 다 열고, 서큘레이터를 틀었다.
새벽 두 시였다.
남편은 키를 들고 말했다.
“드라이브 갔다 올까?”
그렇게 우리는 한 시간쯤, 환기가 되길 소망하며 동네를 빙 돌았다. 차 한 대 없이 뻥 뚫린 도로 위로 가로등 불빛이 흔들렸다. 환기를 빌미로 한 약간의 도망이었다.
마스크를 끼고 조심한다고 했지만, 청소를 하면서 대기 중에 떠다니던 입자들을 다 마신 것 같았다. 특유의 싸한 기운이 침을 삼킬 때마다 목을 찌른다. 우리 둘 다 같은 증상을 느꼈다. 머리까지 아프다. 차창에 베슥이 머리를 기댄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피로도 몰려온다. 편의점에 들러 남편이 생강차와 유자차를 사온다.
뜨거운 유자차가 곰팡이를 밀어내며 기관지를 지나간다. 온천에 몸을 담근 것마냥 이 순간만큼은, 정말 따뜻하고 향기로웠다.
살림은 결국 냄새와의 싸움이다.
도깨비굴 같았던 헌집을 깨끗이 재단장했지만, 단정한 겉모습만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아직 냄새는 없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련의 작은 전쟁을 함께 겪으며 전우애가 생긴 듯하다. 광기에 가까운 그의 책임감이, 어쩐지 멋있어 보이던 순간도 있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기면 온 신경이 글로 가는 사람. 꿈에서도 바자운지 잠꼬대로 냄새 얘기만 한다.
며칠 뒤, 다시 바람을 타고 스멀스멀 스친 어떤 기척에
냄새 관리실장은 또다시 고개를 든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탈취제와 집착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의 새로운 계절은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