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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작가 Apr 30. 2022

쭈굴미의 비밀이 밝혀지다.

태어난지 한달쯤 됐을 때 아기고양이를 보러 갔었다. 엄마 젖을 먹으며 형제들과 꼬물거리면서 걸어다니고 있었다. 다섯마리의 아기고양이 중 우리 눈에 확 들어왔던 고양이가 바로 지금의 루미다. 이미 완성형의 미모를 뽐내는 아이들 사이에서 왠지 모르게 쭈굴미가 돋보였던 아이. 왠지 모르게 생긴 것도 그랬고, 조심스러우면서도 벽에 기대어 있는 모습과 다른 아이를 톡톡 때리다가 대차게 얻어맞는 모습도 그랬다. 아무도 우리에게 오지 않았는데 얘만 혼자 우리에게 와서 냄새를 살살 맡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와의 보이지 않는 연결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집에 온지 6일째. 이미 너무나 잘 적응한 루미였고, 2개월이 되면 예방접종을 맞아야 한다기에 병원을 찾았다. 선생님은 아무리 집에 잘 적응한 것처럼 보여도 일주일 정도 더 있다가 주사를 맞으라고 했다. 조금 더 안정된 다음에 맞는 게 좋다고 하시면서 아이를 관찰하셨다. 루미는 병원이 뭔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이동장에서 나와서 여기저기 탐색을 했다.      


“너 정말 성격이 좋구나? 그래 냄새 많이 맡아봐.”     


천천히 관찰하시더니 걷는 것, 앉는 것 모두 아무 문제 없이 건강하다고 말씀해주셨다. 입안을 보시더니 간호사를 불렀다. 아이 좀 잠깐 잡아주세요 하시더니 입안을 보여주면서 말씀하셨다.     


“아이가 부정교합이 있네요. 아래턱이 나오는 경우는 종종 있는데 루미는 아래턱이 나오고 옆으로 살짝 돌아가 있어요. 이런 경우는 많지는 않은데 루미가 그러네요. 야생상태라면 이런 아이는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어요. 사냥을 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집에서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영구치가 나오고 나서 잇몸을 너무 찌르게 되면 이를 살짝 갈아주거나 잘라줄 수도 있어요. 나중에 보고 할 거니까 너무 미리 걱정하지 마세요.”     


부정교합이라니!! 오랜 시간 턱관절 문제로 어려웠던 나와 닮은 건가? 크하하.. 영락없는 집사의 모습이구만. 우린 가족이야 가족. 네가 야생에 있지 않고 우리에게 와서 정말 다행이구나. 너를 돌봐줄 수 있어 다행이야. 


갑자기 우리 입에서 오랜만에 쭈굴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처음 봤을 때부터 집에 데려올 때까지 우린 아이를 쭈굴이라고 불렀었다. 어떤 사진에서 약간 입이 살짝 반대쪽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는데, 이게 이유가 없는 게 아니었다. 루미의 쭈굴미에는 이유가 있었다.     

어느날은 아이 친구가 루미를 보고 말했다.     


“저희 아버지가 루미 사진을 보더니 요다 닮았대요.”

“요다는 너무하다!! 그런데 느낌이 있긴 있네. ㅋㅋㅋㅋ..”

“루미 아빠랑 엄마 이름이 뭔 줄 알아? 포스랑 레아야.”

“진짜요? 크하하하하하”     


게다가 루미는 늘 눈물이 나있다. 눈물세정제를 사서 닦아주곤 했는데 선생님은 그 마저도 필요없고,그냥 두다보면 커서 괜찮아질 수 있다고 하셨다. 우리는 루미의 얼굴이 납작해서 밥만 먹으면 눈물도 나고 쭈굴한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루미 얼굴이 납작해보인 이유는 턱이 조금 나왔고 옆으로 살짝 돌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웃음도 나고 듣고나서 루미를 보니 어찌나 귀여운지. 처음 선생님께 이야기를 들을 땐 좀 걱정됐지만 집에서 사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처음 들은 형님과 나는 이랬다.     


“쭈굴이가 괜히 쭈굴이가 아니었어.” 

“피노는 처음부터 정말 잘생겼었는데 루미는 왠지 모르게 쭈굴했잖아요. 예쁜 애들이 많았는데도 저흰 왠지 쭈굴이한테 마음이 가더라구요.”     


남편은 설명을 한참 잘 듣고 집에서 사는 데 문제가 없다는 말까지 듣고나서야 이렇게 말했다.     


“얼굴이 못 생겨서 살아남기 위해 성격이 이렇게 좋은건가?”

“크하하하하하.. 자기는 안 그런 것 같은데 은근히 외무지상주의야. 그치?”

“으응?? ㅋㅋㅋ..”

“그래서 나랑 결혼했구나?”     


어이없는 남편의 말을 웃어넘기고 내가 기분 좋은 결론을 냈다. 이 말을 들으신 아버님의 말씀은 더했다.     


“그럼 기형아 아니야? 기형아를 델고왔어?”

“에이 아버님 기형아까진 아니예요. 그냥 턱관절에 약간 문제가 있는 정도예요. 집에서 사는 데는 별 문제 없대요.”

“그래? 다행이구만.”     




집에 돌아와서 다시 루미를 봤다. 고양이가 부정교합이라니.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났다. 요다에 기형아, 쭈굴이, 얼굴이 못 생겨서 성격이 좋은 걸로 커버한다느니. 오늘 별 소리를 다 들었다.      

우리의 사랑스러운 아기고양이 루미. 손만 대면 골골송을 부르는 루미. 의자에 앉으면 다리에 올라와 자고, 옆에 사람이 앉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비틀비틀 걸어와 올라와 앉는 루미. 너와 가족이 되어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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