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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해영 Jan 08. 2021

04. 스텔라장-빌런(Villain)

"나도 누군가에게 개XX일 수 있다."

"We all pretend to be the heroes on the good side
But what if we're the villains on the other"
'스텔라장-빌런' 가사 중

전혜진, 임수정, 이다희 주연의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

<검블유>는 '완벽한' 커리어 우먼들의 일과 사랑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이다. 방영 당시 나 역시 밤, 낮 구분 없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드라마 속 그들의 치열한 삶의 일부분이 공감되기도 했다.

여러 극중 인물들의 대사 중, 나는 대표 브라이언(권해효)의 대사가 가장 인상 깊었다. 그 강렬한 인상에 이는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남아있다.


"내가 옳은 방향으로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해도 한 가지는 기억하자. 나도 누군가에게 개새끼일 수 있다."


10대 시절, 마치 '습관처럼' 드리던 기도 중 하나가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였다. 가족, 친구들을 비롯하여 나를 둘러싼 환경 속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의 결핍'을 느낀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매일같이 그 기도 한 줄을 읊조렸던 이유는, 생각해 보면 아마 '미움받을 용기'가 부족해서였던 것 같다.


남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때의 나는 '타인이 바라보는 나'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신경을 많이 썼다. 이러한 자세는 당시 타인과의 생활 속에서 간혹 '배려'라는 탈을 쓴 채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타인을 진심이 아닌 거짓으로 대했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타인에게 사랑받기 위한 배려'가 반복될수록 삶은 어느새 피곤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문득 나 자신이 나에 대해 제일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고민 가운데 문득 흘러나온 고민 이야기에 아버지께서 아들러 심리학에 관련된 책을 추천해 주셨다. 책을 다 읽은 후, 나는 아버지가 내게 말씀 대신 책을 통해 위로와 용기를 건네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이내 작은 용기를 내어 소중한 나에게 '자유'를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혹시 저 사람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이렇게 말하면 저 사람이 나를 미워하게 되지는 않을까?'
늘 그런 걱정을 달고 살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방해가 된다. (중략)
물론 남을 전혀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늘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고 미움받지 않고 사랑해 주길 바라기만 하며 사는 것은 불행한 삶이다. 애써 노력한 결과,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건 모든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늘 좋은 사람을 연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럴 경우 우리는 스스로가 인생의 방향성을 정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게 된다. (중략)
무슨 일을 하건 처음부터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런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중략)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미움받는 사람이 될 것인가? 만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단연코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비록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어도 자유롭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부한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지 말 것을.
- 도서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중 발췌(기시미 이치로 지음ㅣ박재현 옮김)

스텔라장은 정규앨범 <STELLA I> 중 타이틀 곡, '빌런' 작업 노트에 '원하든 원치 않든 인간은 필연적으로 히어로와 빌런을 함께 안고 살아가는 존재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인생을 살다 보면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때론 빌런이 되는 것 같다. 드라마 대사처럼 옳은 방향으로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이도 누군가에게 개새끼일 수 있듯이.

다소 씁쓸하지만 이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사회 속 관계성은 결코 단면적이지도, 단편적이지도 않기에 말이다. 필연적으로 히어로와 빌런을 함께 안고 가는 삶이라면, 더욱이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삶은 불가능할 것이다.

10대가 어느새 아득한 추억이 되어버린 지금의 난, 더 이상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는 기도는 드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졌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모든 이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음을 인정하기에 누군가의 미움에 대해 끙끙거리며 애쓸 필요가 없음 또한 인정한다. 이를 통해 마음만큼이나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내면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며 앞으로의 길을 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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