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매일매일을 처음 가져보는 나이 속에 살아간다.
"처음 가져보는 나이는
날 부드럽게 간지럽히고
다시 또 나는 어린아이처럼
랄라 라라랄라 노랠 부를래"
'윤석철&강이채-처음 먹는 나이' 가사 중
최근 당신과 나는 한 살을 더 먹었다.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에 2020년용 나이를 대답하던 것도 아직 익숙지 않은데, 어느새 또 한 살을 먹은 것이다.
누군가는 새로 맞이하는 나이가 반가운 반면, 또 누군가는 그리 반갑지만은 않을 수 있다. 나의 2021년 '처음 먹는 나이'는 전자, 후자도 아닌 '담담함'에 더 가까웠다.
언제부터였을까, '공식적으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생일이 다가올 적에 마음속엔 설렘보단 담담함이 있었다. 이 마음은 '새로운 나이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서'라기보다는 '익숙함'과 '무뎌짐' 그 어디쯤인 것만 같다.
생각해 보면 이러한 마음의 변화는 나이에서뿐만이 아니었다.
'첫눈, 크리스마스, 소풍, 만남, 도전…' 생각만 해도 마음 한편을 간지럽히던 것들이었는데 간지러움을 느낀지 오래, 심지어 이중 몇몇은 존재 자체가 내 일상에서 뜸해진지도 오래다. 이러한 변화가 혹여 나 스스로에게 귀 기울이지 못해 마음이 딱딱해져버린 것은 아닐까, 나 자신에게 조금은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 긍정적 변화에 대한 희망.
어린 시절, 이 둘로 인해 세상은 언제나 새로워 보였다. 특히 지금과 같이 새해를 맞이한 시점에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자세로 한 해를 계획하였다.
어른이 된 지금 역시 변함없이 새해 계획은 세우고 있다. 하지만 연말에 다다르면 이뤄낸 계획에 대한 흔적으로 그 차이는 선명하게 드러났다. 어느새 계획도, 그때의 마음도 잊혀 그 위에 먼지만 자욱할 뿐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2021년을 좀 더 멋진 순간들로 채우기 위해 지난 12월부터 계획을 세우며 다시금 설렘과 함께 실천의 발걸음을 앞서 내디뎠다. 지금 당신과 글로 대화하는 이 공간도 그중 하나이다.
3년 전 오늘 발표된 윤석철&강이채의 '처음 먹는 나이'는 마치 '어린아이'를 연상시키는 피아노 터치와 멜로디로 시작된다. 또한 피아노 서스테인 페달이 만들어내는 여음과 스네어 드럼에 닿는 브러쉬 소리는 설렘 가득한 마음의 표현 같기도 하다.
우리 모두는 매일매일을 처음 가져보는 나이 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그 속의 당신과 나를 둘러싼 일상의 모습은 그대로이다. 당연한 것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요즘, 어쩌면 이러한 일상의 '항상성 유지'는 축복임과 동시에 그만큼 더 많은 에너지를 요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반복되는 나의 일상 속에서 새로운 계획과 함께 간지러운 설렘을 원동력 삼아 처음 가져보는 나이를 살아내려 한다. 또한 현재의 계획이 올 연말에는 '과거의 기록'이 되길 바라며, 그 어린 시절의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 긍정적 변화에 대한 희망을 다시금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