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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해영 Dec 28. 2020

02. 적재-알아(With. 나원주)

밤을 잊은, 잠을 잊은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

"내 작은 속삭임도
알아채고서
날 위해 이 밤이 다 가도록 기도하는 걸
알아"
'적재-알아' 가사 중

<대화의 희열>이란 프로그램을 참 좋아했다.

유명인을 게스트로 초청하여 온전히 '그 사람'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마치 나도 그 대화 자리에 초대받은 것처럼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대화의 희열>에서 참 많은 게스트들이 그들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중 아이유의 '잠'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나는 이렇게 못 자고 있지만 너는 잘 잤으면 좋겠어.
그런데 이 마음이 사랑인 것 같아.
"20살 때부터 불면증이 쭉 있었다.
최근에 <밤 편지>도 잠이 안 드는 밤에 '누군가는 잠을 잘 잤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서 부르는 노래'라고 생각하고 쓴 곡이다."  
- <대화의 희열> 중 아이유 편 참고

나에게도 '잠'이란 결핍이자 선망의 대상이다. 그렇기에 아이유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이 되었는데, 그러다 문득 사랑하는 이를 위해 이 소중한 잠을 내어 놓은 분이 생각났다.


지금과 달리, 난 어릴 때 감기에 자주 걸리고는 했다.

그럴 때면 언제나 열이 나곤 했는데, 언젠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은 열에 속상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던 부모님의 얼굴을 기억한다.   

그날 밤, 나만이 느끼는 추위 속 옅은 잠을 청하는데, 어머니께서 방으로 들어오셨다. 어둠 속 아무것도 볼 수는 없지만 어머니의 표정은 선명히 보이는 것만 같았다. 이마에 닿은 어머니의 따뜻한 손. 딸의 잠을 깨우고 싶지 않은 작은 기도 속삭임. 하지만 그 목소리에 녹아 있는 깊은 간절함.

밤을 잊은, 잠을 잊은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가 나에겐 안식처이자 깊은 잠이 되었다.


싱어송라이터 적재는 두 번째 미니앨범, <2006> 중 3번 트랙 '알아' 소개 글에 '믿음에 관한 이야기. 꿈같은 이야기.'라고 설명하며, '아직까지는 나에게 무조건적인 지지와 사랑을 보내는 누군가가 있었던 경우를 본 적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알아'의 가사에는 밤을 잊은 기도뿐만 아니라 몇몇의 장면들이 더 나온다. 밤을 잊은 기도에 어머니를 떠올린 것처럼, 각각의 장면마다 소중한 그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는 삶을 살길 소망한다. 그리고 나에게 무조건적인 지지와 사랑을 보내는 누군가가 있었던 경우를 '알아'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또한 나 역시 그 누군가가 떠올릴 수 있는 얼굴이 되길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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