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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해영 Dec 24. 2020

01. John Mayer-Stop this train

당신이 시간을 멈추고 싶었던 적은 언제였습니까?

"I know I can't
But honestly won't someone stop this train (...)
I tried my hand
John, honestly we'll never stop this train"
'John Mayer-Stop this train' 가사 중
당신이 시간을 멈추고 싶었던 적은 언제였습니까?

누구나 머릿속에 한두 가지쯤은 떠올릴 수 있으며, 그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내가 꺼내어 본 몇몇 장면들은 다가오는 시간을 맞이할 준비가 아직 안 되어서, 그 순간을 간직하고 싶어서 시간을 멈추고 싶어 했던 것 같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쯤 도서실에서 우연히 빌린 책 하나에 한 달을 눈물로 적신 적이 있었다. 그 책은 초등학생들의 글 모음집이었는데 어째서인지 모든 작품의 결말이 '죽음'으로 끝이 났다. '화장실에서 씻다 사망, 운전 중 사망, 수면 중 꿈꾸다 사망...' 지금 생각해 보면 '위기탈출 넘버원'보다도 갑작스러운 죽음의 이야기들이 어떻게 초등학생들의 머릿속에서 나왔는지 황당할 뿐이지만, 당시 어린 나는 그 무서운 죽음에 압도되었다. 자꾸만 새어 나오는 눈물을 들키기 싫어 온 힘을 다해 숨기려 했지만 가족들에게만큼은 숨겨질 리 없었을 터. 결국 나는 가족들에게 내 눈물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나의 이야기를 모두 들으신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밤 산책을 나오셨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동네를 거닐 때에 들려주신 따뜻한 이야기는 아직도 내 마음 속에 남아있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은 누구나 죽게 되지.
물론 그때의 이별은 슬프지만 또 시간이 지나면 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단다.

나는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겪은 죽음이 내게도 찾아올까 시간을 멈추고 싶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아버지의 말씀은 내게 큰 위로이자 든든한 약속이 되어 다시 '일상의 시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익숙한 것이 더 이상 당연한 것이지 않은 요즘, 하루 중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현재'가 많아진다. 온 가족이 모여 어머니가 해 주신 밥을 먹을 때, 한강에서 저물어가는 저녁노을을 볼 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을 때 등 요즘은 이러한 일상의 즐거움을 좀 더 오랫동안 누리고,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다.


John Mayer의 'Stop this train'은 기차가 쉼 없이 달리는 듯 흘러간다. 마치 이 기차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처럼 말이다. 흘러가는 시간 대신 음악은 멈출 수 있지만 이 음악도 결국 4분 45초면 끝이 난다. 간직하고 싶은 현재에도, 각자의 시간에도 모두 끝이 있듯이.

우리 모두는 지금도 기차에 타고 있다. 이 기차를 멈출 수 없다면 종착역에 도착할 때까지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을 많이 쌓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나의 소중한 이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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