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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해영 Jan 13. 2021

05. 아이유-unlucky

"하루 정도는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

"기를 쓰고 사랑해야 하는 건 아냐
하루 정도는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
'아이유-unlucky' 가사 중
모든 게 잘 풀리는 날
모든 게 영 안되는 날
"유난히 안색이 좋아 뭘 입어도
다 잘 어울리고 다 예뻐 보일 때
좋아하는 노랠 들으며 걸어갈 때
시간 맞춰 버스를 탈 때
유난히 사람이 많은 출근길
딱 내 앞에서 자리 났을 때"
- '제이레빗-Happy Things' 가사 중
"갈 길이 먼데
빈차가 없네
비가 올 것 같은데
처진 어깨엔 오늘의 무게
잠시 내려놓고 싶어
Home is far away"
- '에픽하이-빈차(Feat. 오혁)' 가사 중

'제이레빗-Happy Things' 같은 하루가 있는 반면, '에픽하이-빈차' 같은 하루도 있다.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도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날과 어느 누군가라도 내 짐을 덜어주었으면 하는 날 말이다.


크리스천인 나는, 언젠가 '하나님은 어떤 분인 것 같나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난 '굉장히 탁월한 작가 같다.'라고 답한 것을 기억한다. 그만큼 '인생'은 모두 각기 다른 '명작(masterpiece)'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때론 견디기 힘든 어려움이 변화와 도약의 기회가 되기도 하며, 원치 않은 상황으로 인해 원하는 바를 얻는 경우도 있다.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저마다의 인생 스토리와 플롯(plot)이 굉장히 섬세하고도 짜임새 있어, '주연'이자 다른 이에겐 '조연'인 나와 당신도 이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문득 나의 인생 신(scene) 중 한 장면이 떠올랐다.

내겐 대학 생활 모든 순간에 빠지지 않는 두 얼굴이 있다. 이 두 친구와 한 집에서 함께 생활하고 희로애락과 꿈을 나누며 성장했기에, 이들은 지금도 내게 있어 소중한 친구이자 추억이다.

나는 대학교에서 관현악 악기를 수학하였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고, 4년의 시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무대인 '졸업연주'를 앞두고 있었다. 이를 악기 연습과 함께 기도로 준비했는데, 기도에는 이런 바람도 있었다.

"두 친구와 같은 날, 같은 타임에 졸업연주를 하고 싶어요."

그러다 문득 ‘철부지 생떼’ 같다는 생각에 기도를 덧붙였다.

"제 바람은 이렇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불평하지 않을게요. 제게 가장 좋은 것으로 주신 줄로 알겠습니다."


제비뽑기로 졸업연주 시간과 날짜를 정하는 날. '34인의 졸업연주자', '3일의 졸업연주 날', '15:00 / 18:00 두 타임'이라는 많은 경우의 수 속, 나의 두 친구는 첫 째 날 18:00 타임의 나란한 연주 순서를 뽑았다. 기쁨과 놀라움 속에 내 손은 뽑기통에 들어가고, 손에 들려 올려진 날은 '첫 째 날 15:00 세 번째 순서'였다. 기도의 '책임'으로 어떤 불평 없이 감사하기로 했기에 내 마음은 담담했다. 기쁨과 아쉬움이 뒤섞인 두 친구의 눈빛을 뒤로하고 순서를 적으려 하는데,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랑 바꿀래요?"

같은 날 18:00 타임을 뽑은 선배가 여자친구와 같은 타임에 연주하기 위해 제안한 것이다. 감사하게도 극적인 반전으로 두 친구와 같은 날, 같은 타임에 졸업연주를 할 수 있었고, 그렇게 대학생활의 마지막 큰 매듭을 지었다.


아이유는 싱글 앨범, <Love poem> 중 첫 번째 트랙 'unlucky' 소개 글에 '인생이 잘 짜여진 장난 같다는 생각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위 일화를 비롯한 다른 경험들을 토대로 생각해 보면 이는 굉장히 '위트 있는 팩트'라고 생각한다.

때론 나와 당신 앞에 닥치는 '짓궂은 장난'에 우리는 한발 내딛는 것조차 힘에 부칠 때가 있다. 하지만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플롯으로 이 장면이 인생 신의 반전 요소가 될 것이라 기대해보는 것은 어떨까? 언젠가 올 그때에, 나와 당신이 솜털 같은 웃음으로 가벼이 추억할 수 있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아이유는 'unlucky' 소개 글에 '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Love poem이 내가 사랑하는 나의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건네는 응원이라면, 앨범 첫 트랙인 unlucky는 내가 나 스스로에게 부르는 응원가다.'라고 덧붙였다.

오늘 이 짧은 글이 각기 인생들의 '주연'들을 향한 응원의 글이었다면, 다음은 나와 당신의 인생 속 사랑하는 ‘조연’들을 위해 조심스레 건네는 응원의 글을 나눠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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