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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해영 Jan 23. 2021

06. 아이유-Love poem

'이 시를 들어 달라는 것, 그리고 숨을 쉬어 달라는 것'

"누구를 위해 누군가
기도하고 있나 봐
숨죽여 쓴 사랑시가
낮게 들리는 듯해
너에게로 선명히 날아가
늦지 않게 자리에 닿기를"
'아이유-Love poem' 가사 중
나는 위로를 할 줄 모른다.

정확히는 서툰 위로에 오히려 상대가 상처를 입을까 두려워 위로를 머뭇댄다.


중학교 1학년, 등하굣길에 종종 마주치던 한 아이가 있었다. 알고 보니 그 아이는 내 친구의 친구이자 옆 동 사는 이웃이었다. 이러한 몇 가지의 교집합만으로 우리는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그 친구는 참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름만큼이나 예쁜 미소와 밝은 성격을 지녔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장암'이라는 질병의 그림자도 친구의 미소만큼은 가릴 수 없었기에.
어느 날, 그런 친구가 조금은 내려앉은 어깨를 하고 집에 가고 있었다. 나는 급히 달음질하여 그 친구에게로 가 무슨 일인지 물었다. 알고 보니 노력에 비해 시험을 만족스럽게 보지 못해 상한 마음이 어깨에 드러난 것이었다. 나는 친구에게 힘을 주고자 하는 마음에 흔한 위로의 말 중 하나를 건넸다.

"힘내!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그 시험이 친구의 마지막 시험이 될 줄은 알지도 못한 채.


그때의 친구 입가에 나타난 옅은 미소를 나는 기억한다.

친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마음이 어땠을까?

행여 그때의 옅은 미소가 '마음의 상처'는 아니었는지 묻고 사과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 아이를 만날 수 없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이 아직 마음 한 편에 자리하고 있다.


힘내,
다 잘 될 거야,
네 마음 이해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세상에는 참 많은 위로의 표현이 있다. 하지만 때론 이 말들이 정말로 상대를 위로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마음속 빈자리가 조금도 없을 때는, '낼 힘이 없는데 어떻게 힘을 내라는 거지?'라며 스스로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위로를 건넨 이들에게는 너무나 미안하게도, 쏟아지는 '힘내' 속에 오히려 파묻히는 느낌이었다.


아이유는 싱글 앨범, <Love poem> 중 마지막 트랙 'Love poem' 소개 글에 '나는 여전히 누군가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참견을  참지 못한다. 하지만 이제는 나의 그런 행동들이 온전히 상대만을 위한 배려나 위로가 아닌  사람의 평온한 일상을 보고 싶은 나의 간절한 부탁이라는 것을 안다. 염치 없이 부탁하는 입장이니 아주 최소한의 것들만 바라기로 한다.  시를 들어 달라는 , 그리고 숨을 쉬어 달라는 .'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위로를 할 줄 모른다.

그리고 여전히 상대를 위한 진정한 위로의 방법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위로에는 두 가지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사랑하는 나의 누군가가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그 믿음을 가지고 옆을 지키는 '기다림'.

나의 소중한 이들에게 '회복'을 염치 없이 부탁하기 위해, 이 두 가지를 가지고 위로를 연습해 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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