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은 사실 아빠를 닮았다.

아빠에게 정리 하라고 잔소리하는 딸

by 고용환

서양 여자와 한국 남자 사이에서 태어난 여자 아이가 바로 우리 딸이다. 다행히도 겉으로 보이는 유전자는 잘 결합되어 내 딸은 객관적으로 귀엽다. 너무 서양스럽지도 않고, 동양인의 외모에 특히, 눈이 엄마를 닮았다. 머리색은 자연 갈색이다. 3살 때까지는 눈동자의 색이 약간 회색이었는데 이제는 검은색으로 변했다. 개인적으로 회식이 더 매력적이었다. 다만, 아빠의 못난 복코를 닮아서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아내를 닮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이 많다. 사실 아빠인 나는 인상이 좋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듣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조금만 심각해져도 주변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인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이왕이면 밝고 귀여운 호감형 얼굴이 살아가는데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모에게 자녀가 객관적으로 이뻐야만 더 사랑스러울까? 아닐 것이다. 자기 자식은 모든 부모에게 정말 사랑스러운 그 자체이고 비교 불가능한 존재임은 틀림없다. 조심스럽게 추측해보면 생김새를 떠나서 부모의 행동을 닮은 또 다른 자기의 분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6살이 된 내 딸도 그렇다. 같이 다니면 대 놓고 '엄마 닿았네!'라고 말을 듣지만 사실은 뼛속까지 아빠를 닮았다. 그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올해 들어서 정리정돈에 아주 민감해졌기 때문이다.

사실, 군인의 직업을 떠나서 나는 상당히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결혼 후 지금까지 가족과 싸우는 일이 종종 있다. 나와 반대로 아내는 정리의 개념이 뇌 속에 정착되지 않은 그런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이다. 처음에는 보기 힘들어서 대신 청소를 해주고 정리를 해주었지만, 며칠이 지나서 다시 엉망이 되는 물건들을 보면서 포기를 하였다. 대신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인 거실, 주방, 화장실은 어쩔 수 없이 내가 정리를 한다.


퇴근 후 집에 오면 물건들이 이곳저곳 널려있는 모습을 보면 화가 천장까지 나곤 했다. 물론 이런 모습에 아내도 조금의 노력을 보이긴 했으나 평생 살아온 습관은 쉽게 고쳐지는 것이 아니기에 내가 만족할 만큼 꾸준히 정리를 하지는 않았다.

엉망인 집을 '씩씩' 거리며 정리하는 나를 보면서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아내의 모습은 사실 미웠다. 그런 아내에게 나는 항상 말했다.


"정리는 한 번에 몰아서 하는 게 아니고, 물건을 사용하고 월래 있던 자리에 두기만 하면 되는 거야."


하지만, 역시나 아내의 손을 탄 물건들은 24평 우리 집을 세계일주를 하듯이 이곳저곳 여행 다녔다. 물론, 공공구역에 숨겨진 물건들을 다시 비행기 태워서 돌려보내는 일은 나의 몫이었다. 나의 정리 습관은 작은 집에서 가난하게 살면서 생존하게 위해서 채득 된 강제적인 습관일 수도 있다. 어머니가 깔끔했던 영향력도 컸을 것이다.

반면에 외국인 그것도 캐나다에서 자란 아내는 넓은 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정리에 대한 중요성을 덜 느꼈을 것이고, 어느 정도 정리가 안되어도 티가 안 났기 때문에 둔감해졌을 것이다. 이해를 하려고 많은 노력도 하였다.


그런데 최근에 내 딸이 나의 정리정돈 조력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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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자기 방에 인형들과 장난감들을 정렬하고 항상 정해진 곳에 두기 시작했다. 물건의 위치가 달라지면 짜증을 내고, 건들지 말라고 하는 날들이 늘어났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너무도 사랑스럽고 이쁘기만 했다. 나는 그렇게 정리를 하는 딸에게 폭풍 칭찬을 하면서 넌지시 아내에게 '봐라~ 6살도 정리를 한다.'라고 내심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고 요즘은 아침에 어린이 집 가기 전에 자발적으로 거실의 물건들을 원위치시키는 날이 늘어났다.

"아빠, 정리하고 가야 해, 같이 할까?"


기쁜 마음으로 딸을 도와서 물건을 정리하다 보면 딸이 잔소리를 한다.

"아빠, 거기가 아니잖아!!"


나는 미안해라고 말하고 딸의 지시에 따라서 물건을 다시 배치했다. 딸이 나를 닮아서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다. 사실, 딸이 어릴 때 널려둔 장난감이나 학용품을 매번 동일한 위치에 정리를 했다. 아무리 정리를 좋아해도 지치는 순간이었다. 이유는 몇 분만 지나면 다시 엉망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깔끔하게 사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알려주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엉망이던 깔끔하던 사는데 큰 지장은 없다. 하지만 살다 보니 그래도 정리를 잘하는 사람들이 업무의 효율성도 높고, 불필요한 반복된 행동을 하지 않는 더 인정받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느꼈기 때문이다.

출처: 구글 이미지

예를 들면 회사에서 책상 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업무가 깔끔한 경우가 많다. 즉, 보고서의 오탈자나 잦은 실수가 적고 자신의 일에 애착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사명감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업무 공간인 책상을 최대한 자신의 분신처럼 관리하고 효율적인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16년 동안 많은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적어도 70%는 그러했다.


예외도 있기는 하다. 너무도 깔끔한 책이다. 성격은 깔끔한데 책상을 보면 업무 관련된 내용도 없고, 관련 서적도 없고, 정말 너무도 깨끗해서 꼭 모델 하우스의 인테리어를 보는 것 같은 책상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그런 부류는 대부분 성격만 깔끔했다. 업무에 애착도 없고 승부욕도 없었다. 그냥 월급 바라기인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딸에게 좋은 정리 습관을 심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유전적인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부모의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만약 부모의 집이 더럽고 지져분하면 나중에 그 자녀가 2세를 가져 꾸민 집도 깔끔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5년 동안 꾸준히 보여준 아빠의 행동이 이제 조금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아서 요즘은 우리 딸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조금 더 성장을 한다면 아빠와 함께 엄마를 정리 잘하는 사람으로 변신시킬 수도 있다는 행복한 상상도 했다.


오늘 아침도 딸과 함께 집을 정리하고 깨끗한 거실을 뒤로하고 상큼하게 현관문을 닫고 하루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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