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음식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남편

요리하는 남자도 가끔은 지친다.

by 고용환

코로나지만 다 모여도 5인이 안 되는 우리의 명절이 시작되었다. 다문화 가정이라서 문화의 차이 극복과 나 자신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요리를 시작했다.


간단한 요리에서 어머니의 손맛을 찾아 범위가 점점 넓어졌다. 특히 어머니가 건강할 때 해주시던 김치 콩비지 찌개와 돼지고기 김치찌개는 명절에 동생이 어머니를 모시고 오면 챙겨주는 메인 코스 요리가 되었다.


요즘에는 콩비지를 구하기 힘들다. 그래서 명절 전에 공주에 유명한 청국장 식당을 찾아가서 비지를 샀다.

명절 첫날 아침부터 나는 남자지만 부산하게 움직였다. 아픈 엄마, 명절이 왜? 힘든지 모르는 외국인 아내, 한없이 놀고 싶어 하는 우리 딸을 뒤에 두고 요리를 했다.

물론, 그 모습을 어느 순간부터 안타깝게 여기는 동생은 숟가락이라도 놓으려고 눈치를 보고 있었다.


사실 한국요리를 열심히 해도 가장 많이 먹어주는 사람은 동생이다. 며칠 밥도 안 먹은 사람 마냥 정신없이 먹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다.

어머니가 아프고 서울 집에는 밥통도 없이 지낸 세월이 2년이 넘어간다. 가끔 올라가면 인스턴트식품만 편의점처럼 진열되어 있다. 그래서 고생하는 동생과 아픈 엄마를 위해 특히 명절에 제대로 된 밥이도 먹이고 싶은 부모의 마음으로 집중해서 요리를 한다.


물론 어머니도 정신없이 먹는다. 치매가 진행되고 아이처럼 변해가는 엄마는 입 맛에 맞는 음식을 내가 하면 그것만 먹는다. 이번 명절에는 떡 만둣국이 나름 간이 맞았는지 두 그릇이나 비웠다.

벌써 5년째, 이런저런 이유로 명절에 음식 만드는 스트레스 사서 받고 있다. 물론 이것도 내 팔자구나 하면서 체념을 해도 가끔은 우울해지기도 하다.


요리를 하게 되면서 느낀 것은 내가 만든 음식을 남이 맛있게 많이 먹는 모습으로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나는 내가 만들어서 그런지 별로 입맛이 없다. 아마도 간을 보면서 요리 중에 주서 먹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예전에 어머니가 건강할 때 엄마도 음식을 많이 먹지 않았다. 지금 와서 그 심정이 이해되기도 한다.


다행히도 딸아이는 내 음식을 좋아한다. 다문화가정의 미래 예측이 불가능해서 내 딸이 어디에 정착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고향의 맛, 즉 아빠의 손 맛을 알게 해주고 싶었었다.

지금까지 내가 한 음식 중에 김치 부침개를 제일 좋아한다. 가끔은 딸이 행복의 음식을 주문한다.


" 아빠, 김치전 해주세요."


마냥 기쁜 맘으로 딸의 점수를 따기 위해서 열심히 전을 만든다.


물론, 두 문화의 결합이 이런 부조화를 만들 거라고 심각하게 예상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명절이 되거나 먼 곳에서 어머니와 동생이 오면 나는 더욱 예민해진다. 이런 모습을 이해 못하는 가족은 나의 행동에 서운함을 느끼면 우리의 다툼이 시작되곤 한다. 이번 명절도 역시 그러했다. 안타깝지만 어쩌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설날에는 약간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평소처럼 우리는 서로의 서운함만 논하며 말다툼을 했다. 그런데 옆

에서 딸이 내편을 들어줬다.



"아빠 요리 때문에 힘들어, 엄마 하지 마."


장보기와 메뉴 구상 그리고 아침에 눈 떠서 저녁까지 요리를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들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듯했다.


우리 딸 고마워요. 아빠가 다음 추석 때 더 맛난 거 많이 해줄께.



만약에 예전의 우리 아버지 세대처럼 명절에 손도 까닥 안하는 남성분들이 있다면 같이 무엇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물론 이렇게 살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힘들게 고생한 가족에게 위로의 선물 이라도 한다면 좋을 것 같다. 나도 이렇게 지내고 나서 왜? 명절이 스트레스인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이번 설날은 딸에게 큰 선물을 받은 듯 하다. 바쁘지만 더 낳은 요리를 위해 조리사 자격증 도전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독자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