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생각하는 마음은 명란젓

명란과 명란젓의 차이점

by 고용환

주말에 딸아이와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보통은 같이 장을 보러 가지만 아내가 혼자 빨리 다녀오겠다고 했다. 아내를 보내고 딸아이와 함께 이리저리 뒹굴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금방 다녀온다는 아내는 한 시간이 넘게 오지 않았다. 오랜만에 혼자 쇼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구나 싶어서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


한 시간이 조금 지나서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Do you need anything?"

나는 없다고 답변을 보내면서 천천히 둘러보고 오라고 했다.


아내가 장을 보면 주로 파스타 재료를 많이 사 온다. 라면은 좋아하지만 결혼을 하고 일주일에 2번 이상 올라오는 파스타가 나는 사실 싫어졌다. 그런 내 모습이 미안했는지 어느 순간부터 반찬 코너에 들러서 항상 반찬을 사 오곤 했다. 물론, 완벽한 한국음식 식성을 가진 내가 원하는 반찬들은 양념게장, 젓갈 종류 등등 아내가 절대로 먹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대부분 시금치나 콩나물 무침 등 나물 종류를 사고 곤 했다.

그래도 밑반찬이라도 집에 있으면 가끔 나 혼자라도 흰쌀밥에 고추장을 넣고 참기름과 나물을 비벼서 먹으면 든든한 한 끼가 해결돼서 나쁘지 않았다.



문자를 주고받은 지 30분이 지나고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딸아이와 우리 집 반려견 촬리는 한 걸음에 현관으로 달려가서 아내를 배웅했다. 두 손에는 한 가득 음식들이 담겨 있었다.


역시 수많은 채소와 파스타 소스, 시리얼 등이 봉투에 들어있었다.

아내는 웃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 왔다고 꺼내 들었다.


명란젓이었다. 좋아하기는 하나 비싸서 내가 장을 볼 때 가끔 사서 먹었다. 물론 집사람은 그 생김새나 날로 먹는 생선알에 대해서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고 내가 좋아하는 이유를 모른다는 눈치로 나를 바라보곤 했다.


그리고 아내는 한마디 덧붙였다.


"빅세일을 해서 아주 싸게 샀다고......"

가격을 확인하니 4500원이었다. 명란젓도 많이 들어있었다. 나는 고맙다고 말하고 밥통에 밥을 꺼냈다.

아이와 놀다 보니 허기진 것도 있었고 따뜻한 밥에 명란젓을 올려서 한 숟가락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통으로 되어 있는 명란젓을 가위로 잘라서 밥 위에 두고 입에 넣었다.


그리고 바로 뱉어버렸다. 세상에 그런 맛은 느껴 본 적이 없었다. 입에서 터져야 하는 알도 안 느껴지고

물컹하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맛이 느껴졌다.


"아내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바로 아내가 사 온 명란젓을 다시 확인했다.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명란"이라고 적혀 있었다. "젓"이 빠져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냄새로 구분을 했을 텐데 불행히도 나는 냄새를 전혀 맡지 못한다.

아내는 명란이라는 글자와 세일을 보고 아무 의문 없이 남편을 생각해서 사 온 것이었다. 몇 번이나 양치를 해도 그 비린 맛은 입속에 남아 있었다. 괜히 미안한 듯이 나를 바라보는 아내를 보면서 화가 나기보다는 무엇인가 모를 고마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실수는 꼭 다문화 가정이 아니라고 해도 충분히 발생 가능할 것이다. 항상 다문화를 선두에 두고 모든 것을 생각하던 나였지만 어쩌면 그냥 평범한 부부의 모습으로 우리 가족도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평화롭던 주말이 양치질로 마무리되었지만 덕분에 그날 저녁 라면에 명란을 넣어 "알탕 라면"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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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goo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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