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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Mar 24. 2021

대표님 시안 다시 보내주세요

쉽지 않은 출판의 과정들


<보잘것없는 사람> 나의 첫 에세이 표지 시안은 많은 고민 끝에 결국 선택하지 못했다. 표지 디자인에 작가가 집착을 보이는 것이 쑥스러웠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얼굴'이나 '광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독자들에게 처음으로 보여지는 이미지는 중요하다. 특히 무명작가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브런치를 비롯해서 다양한 지인들에게 투표를 해서 어떤 디자인이 선호도가 높은지 조사를 했음에도 나의 욕심은 멈추지 못했다. 결국은 출판사 대표님에게 추가 디자인을 더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대표님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무슨 심정인지 이해한다는 듯이 쿨하게 알겠다고 하셨다. 기다리면서 2번째 교정작업도 같이 진행을 했다. 1번째 교정을 오랜 시간이 걸려서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피드백이 정리돼서 이메일로 왔다. 사실 지친다는 생각도 하였다. 흐름이나 문맥에 어울리지 않는 부분을 다시 고쳐달라는 내용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출판사에 편집자가 많은 부분을 수정해주실 거라고 기대했던 거 같다. 하지만 조언과 방향을 제시할 뿐 재 창작은 고통은 고스란히 작가의 몫이 되어 돌아왔다. 벌서 100번 아니 200번도 넘게 읽은 나의 원고를 보고 또 보고 하면서 글의 순서나 추가적인 보완 내용들이 보충되었다. 그리고 출판사에 제안에 따라 책 제목을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변경했기에 그런 맥락으로 글의 분위기를 다시 전체적으로 수정해야만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큰 대가나 기대도 하지 않고 시작한 출간이라는 작은 꿈이 나에게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만 같았다. 물론 내가 경험한 것들, 내가 본 부모님의 모습들, 그리고 후회와 늦은 사랑의 깨달음 등 우리 가족이 주인공인 이야기지만 나 또한 순탄하지 않았던 우리들의 모습에 가슴 한컨이 글을 쓰는 내내 먹먹했다.


그리고 원고를 거의 다 수정했을 때쯤 대표님에게 카톡이 왔다. 추가 시안이 나왔으니 한번 검토를 부탁한다는 메시지였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메일을 확인하니 3개의 디자인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1개의 추가 표지 디자인 정도 인줄 알았는데 놀랐다.



어머니 일로 서울 집에 있던 나는 높은 어조로 동생을 급히 불렀다. 어때?? 개인적으로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던 디자인이 있었기에 확인을 받고 싶은 심정이었다. 동생은 오랜 시간 신중히 디자인을 보고 내가 마음속으로 선택한 디자인이 가장 좋은 것 같다고 의견을 말해주었다. 이게 뭐라고 사람을 이렇게 신나고 설레게 할까? 웃음이 나왔다.


다음날이 되어서 대표님에 문자를 보내서 의견을 물어보았다. 대표님의 생각도 내 생각과 동일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지 않고 바로 선택한 디자인으로 진행하자고 제안을 했다.


이런 모든 진행을 경험하면서 책 한 권의 탄생 과정이 우리의 삶이랑 많이 닮아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정성을 들여서 세상에 모습을 들어낸 책이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거나 작은 감동으로 남게 된다면 글 쓰기라는 것에 심하게 중독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 그리고 우리가 한 인간으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글로 표현하는 시간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페이지를 채워가면서 뒤를 돌아보거나 더 좋은 삶을 위한 창작의 시간들은 아름답다.


표지 디자인이 결정되고 마지막 얼마 지나서 나는 원고를 편집자에게 보냈다. 속 마음으로는 더 이상 큰 수정이나 모자람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SEND 버튼을 클릭했다. 그리고 며칠 후 대표님이 작가 소개글과 사진을 생각 보라고 문자가 왔다.


크게 생각해본 적 없는 나에 대한 소개............ 술술 몇 줄을 작성해서 금방 보낼 줄 알았지만 아직까지 나에 대한 소개글을 완성하지 못했다. 어떤 사람이라고 독자들에게 말해야 하는가??

표지 디자인 선택을 어렵게 해서 이제야 한결 마음이 편했는데 바로 마음이 불편해져 버렸다.






#보잘것없는사람 #에세이 #글쓰기 #내책만들기 #브런치작가 #표지디자인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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