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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Feb 16. 2021

첫 번째 독자 편집자와의 대화

내 글과 사랑에 빠지다.

반기획 출판으로 출판사를 선택하고 원고를 보냈다. 편집자가 지정되고 교정 및 추가 의견을 받기 위해서 일주일을 기다렸다. 조급한 마음에 출판사 대표님께 문자를 보내기도 했었다. 열흘이 지나서 카톡과 함께 메일이 왔다. 내가 쓴 글이지만 설레었다.

일부 내용을 브런치를 통해서 공개도 했었고 반응도 살펴보았지만 원고를 다 쓰고 나서 전체 내용을 누군가에 보여 준 적은 없기 때문에 원고를 보내고 묘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책의 주제나 내용이 내 삶과 관계가 없는 경제서적이나 자기 계발서였다면 덜 부끄러웠을 텐데 부모님과 나의 삶이 녹아있는 에세이였기 때문에 신경이 쓰였던 거 같다.


편집자는 내 글을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을 교정해주었고 매끄럽지 않은 내용들은 일부 다듬어서 1교라는 문서명으로 파일을 보내줬다. 그리고 편집자의 의견이라는 다른 파일도 있었다. 그곳에는 추가적으로 다듬었으면 하는 부분과 보강이 되면 좋을 부분들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나는 문서를 열자마자 "빨리 수정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내 글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 내려갔다. 읽을수록 편집자의 관점에서 내 책을 본 피드백이 와 닿았다. 독자의 관점에서 앞 뒤가 안 맞거나 이해가 안돼서 보충설명이 필요한 부분들을 하나하나씩 수정하기 시작했다. 생각과 다르게 한 페이지를 수정하는데도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됨을 느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혼자만 간직하는 일기장이라면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에 처음으로 만드는 종이책이고 서점과 유통 채널을 통해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공개가 될 이야기이기 때문에 모든 행동 하나하나는 조심성이 생겼다.


편집자는 내 글에 많은 부분을 수정하거나 변경하지 않았다. 지은이의 의도를 지켜주고 싶은 배려심이 느껴졌다. 만약에 초고에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수정돼서 메일이 왔다면 내 감정이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실, 반기획 출판을 선택했기에 책을 교정하는 과정에서 책의 성격이나 내 의도가 많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기는 했지만 다행이었다.

나 또한 수정본을 수정하는데 명절을 포함해서 열흘 정도의 시간이 들었다. 명절에도 모두가 잠이 들면 조용히 불을 켜고 글을 다듬고 다듬었다. 왠지 내 책이 출판도 안되었지만 이미 나는 내 책을 사랑하고 있는 감정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애착과 애정이 생기는구나..........


그러면서 편집자를 생각해 보았다. 이런 식으로 수많은 저자의 글을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이고 그 과정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과연 어떤 생각을 하면서 매 순간 교정과 피드백을 줄까???

분명히 일이 좋아서 또는 생계를 위해서 등등 어떤 루트를 통해서 일을 시작했을 것이다. 이렇게 편집을 하는 사람들은 매너리즘이나 자기 일에 대한 회의감을 느낄까?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들이 내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참으로 매력적인 직업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가장 신선하고 솔직함이 담긴 작가들의 글을 처음으로 접할 수 있는 것은 지루할 틈이 없을 것만 같았다.


글을 모두 수정하고 나도 편집자에게 한 장의 글을 작성해서 원고와 함께 메일로 발송했다. 어떤 의도에서 시간 흐름을 다시 조정했는지, 추가한 내용의 의도는 무엇인지 등등 나의 생각이 어떠한지 물었다. 그리고 편집자가 내가 수정한 글을 보기 싶기 하기 위해서 최대한 원고에 구분되도록 노력을 했고, 메모를 추가해서 보기 편하게 했다.


https://brunch.co.kr/@yhjade/88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최초에 독립출판이나 POD로 진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직 모든 것이 서툰 나이기에 이런 과정을 통해서 성장하고 싶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 좋아하기 때문에 쓰는 글이 조금 더 완성도 있고 읽기 편하면서 독자들에게 좋은 느낌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책 한권을 만들면서 그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나를 찾는 기분이다.

아마도 일주일 후면 편집자와 또 다른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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