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병

10화 보잘것없는사람 - 나 수술 한번 더 받고 싶다.

by 고용환

종양 제거 수술을 한 지 두 달이 지나고 동네 친구를 만나러 가겠다고 나가신 아버지는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걱정돼서 전화했지만 전화도 받지 않았다. 국외 군사 교육 출국 준비로 정신없는 상황이었기에 잠시 나가 일을 보고 저녁쯤 집에 도착해 보니 아버지의 차 앞이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집에 올라가서 아버지께 물었다.


“사고 났어요? 차가 왜 그래요?”


대답이 없었다. 그냥 텔레비전만 보고 계셨다. 그냥 실수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날 밖을 나간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차 사고가 났는데 와 줄 수 없냐는 다급한 아버지의 목소리에 서둘러 현장으로 이동했다.

도착해서 확인하니 운행 중에 접촉 사고가 난 게 아니라 골목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을 박은 것이었다. 보험 회사를 불러 처리하고 아버지를 모시고 집으로 왔다. 궁금했다. 방어 운전으로 30년 동안 무사고를 자랑했던 사람이 연달아 사고를 낸 것이다.


“왜? 뭐가 이상해요? 말을 해 봐요. 그래야 병원을 가죠.”


“눈이 좀 이상한 거 같아. 보이는 게 뭔가 이상해.”


아버지를 모시고 바로 병원으로 갔다. 불안한 느낌이 감돌았다. 수술도 잘 되었고 한동안 건강해 보였다. 음식도 잘 드시고 잠도 잘 자고 가끔은 멀쩡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하다고 하는 말에 너무도 불안했다.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내 가슴이 먹먹했다. 불쌍해 보였다. 사람이 아프니 저렇게 초라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었다. 주변에 친구들에게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항상 붙어 다니는 친구도 있었고, 직장 동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곁에는 오직 가족만 남아 있었다.


가끔 나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사람이 있으면 왠지 모르게 고맙게 느껴졌다. 아무리 좋은 대인 관계를 가지고 있더라도 죽어가는 사람은 그저 죽어 가는 사람이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고 간호사가 우리를 불렀다. 아버지와 나는 의자에 앉아 최근에 일어난 증상에 대해 세부적으로 설명했다. 예상했다는 듯한 표정을 짓던 선생님이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저번에 하셨던 종양 제거 수술 있죠? 한 번 더 받으셔야 할 거 같아요. 뇌로 다시 전이된 거 같네요. 사람마다 다른데 이렇게 전이가 빠르게 되기도 해요.”


순간 너무도 당황했다. 이제 겨우 머리카락이 자라서 수술 흉터가 희미해져 가는데, 다시 머리에 주먹 두 개를 합친 거보다 큰 구멍을 내고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수술… 나는 한 번 더 받고 싶다. 이렇게 살 수는 없어.”


대답을 피하고 운전에 집중했다. 며칠이 지나자 아버지는 기억력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저번과 다른 마비 증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불안감은 당사자가 아니면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아버지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 책 <보잘것없는사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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