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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혁 Nov 22. 2021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우리는 세상이라는 미지의 존재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한다




 세계는 시상의 바다와도 같다. 골짜기의 흘러가는 물결을 보고도 수천가지의 생각을 할 수 있고, 밥을 먹거나 잠을 청하는 와중에도 갑작스레 참신한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경우도 있다. 시인은 찰나의 순간에 잠시 머무르는 생각과 느낌을 붙잡아 그것을 한정된 단어와 문장을 사용하여 예술 작품을 만들어낸다.


 글쓰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쓰기가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 활동이라도 생각하지만, 글은 언제나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가공되지 않은 원초적인 무형의 추상적 개념으로서 존재하기에, 우리는 이를 느낄 수 없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담아 조심스레 깎아내어 그것을 현실에 구현해낸다. 작가마다 각자의 독특한 생각을 가지므로, 우리는 하나의 추상적 개념에서 수천, 수만 가지의 생각을 글을 통해 표현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글의 형식이나 진솔함이라는 근본적 기반에서 좋은 글과 나쁜 글을 구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개개인의 사고에 대해 같은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기는 힘들 것이다. 글에는 그 사람의 인생의 흔적이 묻어난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자신의 얼굴에 살아온 인생이 담기듯이, 진솔하게 쓴 글에는 그 사람의 관념이나 사고방식이 담기게 된다. 그것은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닦아온 진주와도 같다. 우리는 타인의 삶이 담긴 글을 읽음으로서, 자신이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하고, 글로부터 우러나온 그의 삶에 대한 관념과 사고에 깊은 영감을 얻는다. 300페이지 남짓의 종이 묶음으로 새로운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는 것은 대단히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은 고유성을 가진 존재이므로, 자연스럽게 하나의 것에 대해 다양한 방면에서 바라보는 제각기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된다. 이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의 다양화를 야기한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학문이 존재한다. 언어학, 사회과학, 철학, 물리학, 생물학, 화학, 천문학...... 언뜻 보기엔 교집합이 발생할 수 없는 개별적 학문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없다. 개인은 3차원 공간에서 하나의 점으로 존재하기에, 하나의 도구를 사용하여 세상이라는 입체도형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언어학은 언어를 통해 상호간의 의사소통을 이해함으로써 세상을 알고자 하고, 사회과학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의 사회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신비로운 현상들에 대해 이해하고자 한다. 철학은 이러한 세계를 어떻게 더 발전시키고 잘 살아나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의 집합이며, 물리학과 생물학을 위시한 자연과학은 과학의 작은 한 분야에서 세상의 원리와 근본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과정이다. 일부 물리학자들이 세상을 이루는 4개의 힘들인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 하나의 근본적인 힘에서 갈라져 나왔다고 믿듯이, 본인 역시 세상을 이해하는 수많은 방식들이 모두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호기심이라는 하나의 사소한 열망에서 퍼져 나왔다고 생각한다. 우주가 작은 한 점에서 시작되었음을 역설하는 빅뱅 이론처럼!


 자연은 더할 나위없이 간단하고 때문에 아름답다는 믿음에 너무 빠져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이 과학을 쉴 새없이 공부하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어떤 것에 대해 한없이 궁금해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람에게 주어진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 

 






Title) 시작의 상징, 생명의 빛 새싹. 전남매거진. http://www.tjne.kr/m/view.php?idx=1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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