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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혁 Dec 22. 2021

무념무상(無念無想)

부정적인 연쇄 고리로부터의 자유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12월은 나에게 있어 성찰의 달이다. 한 해동안 해온 일들을 천천히 되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로 냉탕과 온탕을 쉴 새 없이 오가는 변덕스러운 해였건만, 이전에 해보지 못한 것들을 시도해 보고 첫 학기의 마무리를 처음으로 온전하게 지었다는 점에서 한층 특별하게 다가온다. 비록 아마추어적이고 개인적인 글이지만 꾸준히 글을 써보기도 하고, 공부해보고 싶었던 생화학이나 물리학을 시간 가는 줄 모르며 하루종일 공부하고, 영어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다른 학과의 학우들과도 교류하는 등 많은 즐거운 일들이 있었다.


 물론 아쉬운 점들도 적지 않았다. 건강상의 문제로 인해 몸이 머리를 따라가지 못하여 공부 의지와 욕구를 절제해야 했고, 배움의 즐거움이 아니라 성적의 향상을 위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아 시험 기간에 하고 싶은 다른 공부를 해버려 투자한 시간에 비해 성적이 비교적 낮게 나오는 등 만족스럽지 않은 일들이 많았다. 이러한 일들을 겪을 때면, 모습을 감추었던 그늘이 다시금 수면 아래에서 기어올라와 의식의 한 부분을 차지하려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불편한 증상들이 종종 나의 공부를 방해하여 하루 일과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적도 많았다. 이러한 일들을 증거로 삼아 무의식 속의 수많은 목소리들은 내가 얼마나 무능하고 게으르며 가치 없는 사람인지를 증명하기 위해 학문에 정진하는 나 이상으로 부단히 노력하고는 하였다.


 하지만 나의 머릿속 '문책성 비난위원회'가 발족식을 갖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다음 날도 유유히 공부를 하기 위해 나갔다. 부정적 연쇄 사고는 대부분 일정한 순서에 따라 진행된다. 우연한, 또는 실수로 인한 부정적인 경험을 겪어 혼란스러운 자아에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말들을 반복적으로 쏟아내어 자아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차게 된 뇌는 과부하에 걸리고 집중해야 할 외부의 일이 아니라 내부의 감정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결국 능률이 저하되며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실수를 남발하며 스스로의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내게 된다. 이는 더욱 부정적인 사고로 이어지며 끝없는 악순환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나의 자신감과 능력을 극도로 저하시킬 수 있는 이 중대한 문제를 해결했던 방법은 간단했는데, 그저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이었다. 부정적 사고로 인해 야기되는 고민은 대부분 생각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고민할수록 얽매이게 되는 늪지대이다. 마음을 놓고 움직이지 않아야 늪에 삼켜지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청개구리와도 같기에 신경쓰지 않을려고 할수록 더욱 신경쓰게 된다. 어떤 사람에게 레몬을 절대 떠올리지 말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머릿속에 레몬의 모습이 떠오르게 된다. 의식을 훈련하여 부정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은 오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부정적 사고의 핵심은 사람의 시선을 내부에만 머무르게 함으로써 일말의 감정적 변화에 취약해지게 만드는 것이다. 만약 시선을 밖으로 돌릴 수 있게 된다면, 부정적 사고는 자연스레 약화된다. 힘들고 지친다 하더라도 기존에 하고 싶은 일들이나 하기로 하였던 일들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권장된다. 루틴 파괴와 목표 좌절은 부정적 사고의 좋은 양분이 되어 몸집을 더 비대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비난과 냉소의 파도 속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며 무아지경의 상태에 이를 때, 파도는 잠잠해질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은 좋지 않은 일을 겪었을 때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개인의 나약함, 모자람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자연스러운 감정의 한 부분임을 인지하고 당황하지 않는다면 어느새 머릿속을 헤집어놓았던 슬픔과 좌절은 잦아들 것이다. 우리에게 슬픔과 고통을 안겨주며 좌절하게 만드는 비극은 삶에서 계속해서 일어난다. 그 속에서도 자신의 행복을 찾아 그에 집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행복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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