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한 생각
사람은 선천적으로 일하는 것을 싫어한다. 개강하면 종강하고 싶고, 출근하면 퇴근하고 싶다. 할일이 생기자마자 느리게만 가기 시작하는 시곗바늘이 얄밉기만 하다. 현실에서 나를 옭아매는 족쇄로부터 탈출해 자유의 공간으로 몸을 내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순간이 한 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순수한 자유를 향한 열망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러 나갈 수 밖에 없다는 슬픈 현실은 변치 않는다.
진심으로 일하는 것을 사랑하고 그것에 하루종일 매진할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하고 싶지 않다는 강렬한 욕구를 내면에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욕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일을 하는가? 혹은, 왜 공부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돈을 벌기 위해서, 더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서와 같은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결국 목표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인다. 즉, 우리는 일 또는 공부와 같은 행위를 할 때 특정한 결과를 얻길 기대하는 것이다. 쉬고 싶다는 욕구에 반하는 노동이라는 행위를 통해 돈과 같은 더 큰 욕구를 충족시키는 보상을 얻고 싶어한다.
일하는 사람은 단지 만족스러운 보상을 바라는 것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결과를 보고자 한다. 만약 9시에 출근하나 12시에 출근하나 같은 급여를 받는다면, 오전 9시에 회사 빌딩 불이 켜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과 나무를 심지 않았는데도 하늘에서 사과가 떨어진다면, 세상이 망하기 직전이라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조차 흔들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사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글을 쓰는 본인도, 이 글을 읽는 이도 내일이 되면 사과라는 결실을 맺기 위해 사과나무를 끝도 없이 심어야한다는 현실에 대해 애도하지 않을 수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는 무심한 격언이 머릿속을 맴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