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승혁 Oct 10. 2021

선택과 강요 사이의 어딘가에

자유와 책임의 조화를 이루는 삶에 대하여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당장의 할 일은 도무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는 없는가?'


 모두가 이미 답을 알면서도, 하루에 한 번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질문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오늘의 해야 할 일들이 두뇌로 밀물처럼 밀려들어오며 침대와 다시 혼연일체를 이루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시원한 바닷가에서 피서를 즐기거나, 소파에 드러누워 하루종일 유튜브를 보며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쉬고 싶다는 소망은 요원하다. 

 이것은 비단 어느 한 사회 집단 구성원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매일 학교에 등교해야하는 학생부터, 출근에 자신의 통장의 평화와 안녕이라는 중대 사항이 걸린 직장인들까지 각 사회 계층 모든 구성원들의 공통적인 고민인 것이다. 한 명의 사람으로서 태어나 거대한 사회 속에서 여러 관계를 맺고서 살아가는, 자유와 책임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개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을 경험을 통해 조화롭게 조정하여 삶의 균형을 찾는 것이 주요한 해결법이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러한 어려움은 대부분 해야 하는 일, 즉 사회인으로서의 의무로부터 기인한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실천하고 싶으나, 자신의 개인 시간이 보장되지 못할 정도로 업무에 시달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개인적 시간에 대한 할당량은 줄일 수 있으나, 의무적 시간에 대한 할당량은 줄일 수 없다. 심지어 이 할당량은 고정적이지도 않다.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특정 분기에 최대한의 이윤을 내야하는 회사의 경우, 특정 기간에 숨 쉴 틈도 없이 바빠진다. 이러한 난관 속에서 조화를 추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러한 사회적인 의무가 있는가 하면, 스스로에게 강요하는 의무도 있다. 스스로를 믿지 못한 나머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를 통제하려 드는 것이다. 이러한 통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새로운 해가 올 때마다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신년 목표나 개인 수첩에 숱하게 적어놓은 오늘의 목표를 보자. 분명 이것은 의무가 아니라 스스로 정한 목표이나, 어느새 족쇄가 되어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지 않은가? 나는 이것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 관념이 알게 모르게 자리잡아, 스스로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어깨에 더 무거운 짐을 올려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1) 끊임없이 스스로를 압박하면 결국 주저앉고 만다. 밀고 당겨야하는 것은 연애뿐만이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의무를 통한 통제가 효과를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스스로에 대한 강요와 억압은 결국 미시적인 효과 이상의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거부심이나 반발심을 불러일으켜 능력을 저해할 수 있고, 심할 경우 목표 달성 자체를 포기하고 절망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아무리 뛰어난 명마라고 한들, 채찍질만 한다면 결국 지치고 만다.


 사회적으로 주어진 의무는 바꾸기 힘들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스스로에게 강요하는 의무는 바꿀 수 있다. 어떠한 일에 대한 생각과 자세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필요한 것이 유연함이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밀어붙이고 압박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여유를 가지며 자신이 그 일을 하기로 선택하는 것이다. 

 2) 미합중국 특수 부대원들이 종종 언급하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침착함이 곧 유연함이며, 유연함이 곧 신속함이다." ("Slow is smooth, smooth is fast.") 신속하게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면, 느리게 가야한다는 역설적인 문구다. 



3) 미합중국 해군 특수전개발단 DEVGRU(U.S. Naval Special Warfare DEVelopment GRoUp) 레드 스쿼드론. 빈 라덴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다.


 서두른다면 전술적 승리는 거둘 수 있으나, 전략적 승리는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 이는 이라크 전쟁에서 여실히 증명되었다(Operation Iraqi Freedom, 2003). 미군은 압도적인 전력차로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하며 수도인 바그다드를 개전 2주 만에 함락시켰으나, 대량살상무기(WMD)의 발견이나 이라크의 민주화라는 정치적 목표 중 어떤 것도 달성하지 못하며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늘의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내일, 모레, 나아가 미래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목표를 이루기만을 위해 강요하며 사는 삶은 피곤하고 고달프다. 사람은 주어진 일만 하염없이 반복하는 기계가 아니다. 사람은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그에 따라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선택하고 이행할 수 있는 주체적인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자각할 수 있게 된다면, 선택과 강요 그 사이 어딘가의 조화로운 상태에 한 단계 더 다가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1)Horses: The wings of mankind https://www.dailysabah.com/life/2018/05/23/horses-the-wings-of-mankind


2) Slow is Smooth, Smooth is Fast: What SEAL and Delta Force operators can teach us about management https://www.linkedin.com/pulse/slow-smooth-fast-what-seal-delta-force-operators-can-teach-joe-indvik


3) OPERATION NEPTUNE’S SPEAR: TODAY, 10 YEARS AGO, NAVY SEALS KILLED OSAMA BIN LADEN https://www.sandboxx.us/blog/operation-neptunes-spear-today-10-years-ago-navy-seals-killed-osama-bin-laden/


작가의 이전글 하루는 너무나 짧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