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기소개를 해 주세요.
이름은 박다혜. 나이는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니 서른다섯이고 프리랜서 1년 차.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삶을 유지하는 것이 꿈이자 목표. 자유롭고 유연한, 그리고 친절한 사람을 좋아한다. 나 역시 늘 그렇게 되고 싶다.
2.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프리랜서이다.
고등학교에서 중국어를 가르치고, 퇴사는 했지만 여전히 이전 회사의 음악 관련 프로젝트들을 외주로 맡고 있고, 회사와는 별도로 인디뮤지션의 해외마케팅, A&R, 매니지먼트 업무도 하는 쓰리잡 프리랜서.
3. 나는 '무엇으로' 먹고살고 있다.
요즘엔 특히 ‘경험’으로 먹고살고 있는 것 같다, 는 생각을 한다. 중국어는 경험보다는 기술에 가깝지만 그래도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중국으로 이민을 간 덕분에 그곳에서 ‘경험’이 잔뜩 쌓였고 그래서 먹고살고 있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들이 많다. 중국어를 가르치는 일 외에 음악 프로젝트들 역시 그동안의 무수한 커뮤니케이션, 현장 경험들이 켜켜이 쌓여 계속해서 먹고살 수 있는 것 같고.
4. 내가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는 일은 '이것'이고 하기 싫은데 하고 있는 일은 '이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며칠 동안 고민했는데 ‘프리랜서’로는 답을 내리지 못했다. 아직은 ‘프리랜서’ 아가 단계라 철없이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중. 인간 ‘박다혜’로서는 제주도로 이사를 가고 싶은 데 가지 못하고 있고 제주가 아닌 곳에 살기 싫은데 살고 있는 것.
5. 내가 했던 가장 뿌듯한 작업은 '이것'이다.
비교적 최근에 작업했던 한 앨범이 있다. 회사에서 6년간 수도 없이 했던 업무였는데 이상하게 회사를 나오고 나니 음악과 관련된 일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때는 싫어도 해야만 했던 일이었고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일 골라서 할 수 있어 그럴 테지. 무튼 꽤 오랜 시간 동안 뮤지션과 함께 앨범에 담길 이야기와 단어들을 생각하고, 멜로디를 만들고, 음악을 고르고를 반복하는 과정을 촘촘히 지나오며 어느 순간엔 이 앨범이 영영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마저 들었다. 이 모든 것이 즐겁고 좋아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랐던 것 같다. 이상하게 마음을 많이 쏟았고 준비하는 동안 그 앨범을 수백 번을 들어도 좀처럼 질리지 않았던 희한한 경험. 역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
6. 프리랜서로 살려면 '이것'은 꼭 해야 한다.
저축. (먼산) 인터뷰이: 찔립니다...
7. 내가 가장 억지로 했던 일은 '이것'이다.
학교의 일인데, 강사는 말 그대로 시간당 페이를 받는다. 계약된 시간 외의 모든 것은 업무 외의 것이다. 하지만 학교 내부에서 강사의 움직임(?)은 정규교사들과 동일하게 인식되기 때문에 계약된 일이 아닌, 정규교사의 범위 안에 있는 것들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네 저 늘 억지로 합니다...
8. 프리랜서로 벌고 싶은 최소한의 돈은 '얼마'이다.
350. 빚 갚아야 돼요.
9. 프리랜서로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이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어딘가 소속돼 있다는 것은 분명 큰 안정감을 주었지만 동시에 이 일을 하지 않게 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질문들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그 질문은 내가 맡은 일들이 잘 진행되지 않을 때 더욱더 나를 잡아당겼고 일의 결과가 곧 나 자신인 것 같다는 생각들이 스스로를 차츰 갉아먹었다.
프리랜서를 하면서는 언제든 나는 이 일을 그만둘 수 있고, 내가 일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으며, 가장 좋은 점은 역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골라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기 싫으면 또 조금 쉬면 그만이니까.
10. 프리랜서로 살면서 가장 힘든 점은 '이것'이다.
시간은 분명 자유롭지만 정해진 휴식 타임이 없다. 언제고 일을 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고 그것은 이른 아침이나 새벽에도 유효하다. 이러한 패턴 속에서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스스로 더 많이 움직여야 하기에 피곤할 때가 많다. “제가 오늘 연차여서” “제가 지금 휴가 중이라”는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서러울 줄이야.
11. 내가 프리랜서를 하는 이유는 '이것'이다.
회사를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회사를 그만두었던 이유는 직장과 대학원을 병행하며 힘들게 따낸 교원자격증을 써먹어보고 싶었다.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써먹지 못할 것 같아서. 회사를 그만두자마자 학교에 정규로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면 나는 그 자리를 택했을 것이고 프리랜서의 길은 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나는 지금이 제일 즐겁다. 프리랜서로 산 지난 1년간, 나는 이전처럼 과한 책임감에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을 수 있었고 참아줄 수 없는 사람을 매일 봐야 하는 환경에 나를 두지 않아서 정말 행복했다. 이대로 평생 살고 싶다,는 생각을 요샌 자주 한다.
12. 다른 프리랜서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얼마나 멋진가. 내 삶을 내가 움직이고 내가 멈출 수 있다는 것이.
13. 10년 후의 나는 '이것'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제주에서 서점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소설을 매우 좋아하는데 그곳에 소설을 가득히 채우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서점 한쪽에는 작업실을 만들어서 음악일도 계속하고 싶다. 주 3회 정도는 아르바이트에게 서점을 맡기고 제주의 학교에서 중국어를 가르쳐도 좋을 것 같고.
* Evelyn 다혜 님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evelynfornobody/
이 인터뷰는 프리랜서 매거진 <프리낫프리>에서 본 인터뷰에서 영감을 받아 제 주위의 프리랜서들을 인터뷰하기로 한 연재입니다. 앞으로 많은 프리랜서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각자의 프리랜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저와 똑같이 1년 차 아가 프리랜서 다혜 님은 인스타그램에서 알게 된 분입니다. 책과 산을 좋아하는 것에서 동질감을 느껴 소통하게 되었는데 언젠가 한 번 같이 산을 타며 프리랜서라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그전에 이렇게 프리랜서로서의 생각과 고민들을 읽고 나니 더더욱 매력적인 동료라고 느껴집니다. 모든 프리랜서가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도 각자의 방식과 지향점이 다릅니다. 다양한 선들이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동료가 되고 때로는 도움을 줄 수 있는 동지가 될 수도 있겠지요. 중국어 선생님이자 음악일을 하는 멋진 프리랜서 다혜 님! 앞으로의 행보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