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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일 May 07. 2024

그 모든 소망들을 알고도 여름은 갔다

끝물

아무렇게나 누워도 따뜻한, 사뿐히 닿아지는 내 삶을 살고 싶었다. 그렇지만, 주어진 삶은 견딜 수 없었고, 꿈꾸는 삶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 바램들이 커질 때마다 스스로 부러뜨려 가라앉혔고, 그렇게 무게를 잃고 위태롭게 떠있는 날들을 살아왔다. 그러다 부딪혀 파열되며 슬픔이 떠올랐다.


삶의 모퉁이마다 으스러진 마음들, 깊게 패인 흉터로 남은 시간들......


 훼손된 지금의 조각들이 모여 미래를 이룰 것이다. 싱싱하고 온전한 것들도 너무나 쉽게 상하곤 하는데, 이 조각들의 미래는 오늘보다 더 시들할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나 나는 살고 싶다.


위험과 고난 속에 방치되어 있어도, 아무도 측은해하지 않아도, 내일이 더 안 좋을 것이라는 판단 속에서도, 낙담하여 스스로 생을 가라앉히지 않으면 좋겠다. 이제는.


이 초라하고 납작한 끝물 속에서 다정함의 부피를 키며 끝까지 살아내는 것, 그것이 이제 나의 일이고 삶의 방향이다. 나는 이 끝물에 이르러 시들어 보지도 못하고 넘어진 수많은 생명들의 소망이다.  


의지는 늘 가슴을 꾹꾹 누르며 다지게 되는, 아픈 것이다.




타야 할 차를 놓치고 집으로 돌아지만,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무엇과 이별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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