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 ‘모순’을 읽고
이 책을 두 번째 읽으면서도 안진진을 포함한 그 어떤 등장인물의 삶도 온전히 이해되지는 않는다. 나 역시 소의 귀를 가졌고, 그들의 삶은 내 속에서 체험된 것이 아니니 당연한 일이다. 매일매일 속의 나는 온전히 헤아릴 수 없는 각자의 삶을 쉽게 재단해 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게 된다. 다른 이의 삶과 불행을 쉽게 치부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 삶의 불행에 매몰되어 타인의 행복에 더 가치를 부여하며 나의 삶을 스스로 빈약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어차피 행복과 불행 모두 불가피한 것이 삶이라면, 우리에게 주어진 몫은 때마다의 행복과 불행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며 살아갈 것인가의 일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모의 죽음을 겪고 나서도 나영규를 택하는 진진의 모순적 선택은 이모의 생과 같은 결말을 맞지는 않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안진진의 말대로 그는 어떤 종류의 행복과 불행을 택할 것인지의 갈림길에서 자신에게 없던 행복(아마도 경제적 여유와 안정)을 택했을 뿐이니 그 선택은 아직 수많은 결말을 향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소설은 진진의 선택과 함께 끝이 나지만 진진의 삶은 계속된다.
어떤 선택이든 삶은 행복과 불행의 굴레임을 알고 내린 진진의 결정은 이모의 삶과는 다른 방향으로 안진진을 데려갈 것이다. 부디 그러길 바란다. 앞으로의 삶에서도 실수는 계속되겠지만 진진이 나영규와 함께하는 온전하지 않을 삶을 지리멸렬하지 않게 살아내기를 바라며 나 스스로도 다짐하게 된다.
‘복자에게’ 뒤에 남긴 김금희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삶이 계속되는 한 불행은 계속되겠지만 삶 자체를 불행으로 만들어버리지 말자고. 불행을 피하려는 것보다 필요한 것은 그조차도 용인하며 계속되는 삶이라고... 이 말을 다시 마음에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