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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저기 숲이 돼볼게

by 생각상점

청량한 숲이 떠오르다.


기꺼이 “내가 너의 숲이 되어 주겠노라”한다는 것,

그렇다면 그 공간에서 몰래 참던 깊은 숨을 힘껏 들이마시고 싶다.

한참 다 꺼내어 아이처럼 누워 뒹굴고 싶다.

생각해 보니 그건 쉽지 않은 안전함이었다.


너와 내가 그야말로 자연처럼, 그 비슷하게라도 바다처럼 언덕처럼 무작정 무해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게….

자꾸 젖어가고, 보아 달라고 애원하고, 밀어내지 말라고 붙잡고, 물에 가라앉지 않기 위해 애쓰는 우리.


숲이 되겠다 다짐하지만, 그 끝엔 버려질까 두렵다.

네가 바다라면 눈물로 그걸 다 채울 그게 내 사랑이니까.

우리가 사랑이란 것 앞에 더 이상 남은 생, 서로가 일분일초라도 무해할 수 있을까


겨울비 내리는 창가, 식은 커피를 마시며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가 보다, 그래서 들으니 눈물 비슷한 게 가슴에 맺히나 보다.


*최유리 님의 동명의 노래를 듣고 쓴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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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