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전 애인이 현 애인이 될 때 (1)

by YearoftSea

실은 그의 근황이 궁금한 마음도 있었는데,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당연히 쿨하게 포기했다. 아주 조금 아쉽긴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봤던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고,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려서 뭣 모르고 첫눈에 반한 것이었다고 위안을 삼았다. 2년 전에 마을에서 만나 친해진 언니는 내게 그의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뭐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아무튼 별로라고, 자신의 생각으로는 나와 더 어울릴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언니, 나랑 어울릴 것 같다며. 참 재밌는 일이기도 하지. 다시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그 말을 한 언니와 그가 연애를 시작했다. 뭐 그때는 그를 잊고 지냈던 터라 별 관심이 없었다. 그저 그렇게 사이가 좋아 보이지 않던 둘이 연애를 하게 된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언니와는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친해져서 성인이 된 이후에도 종종 만나는 사이였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단 둘이 해외여행을 다닐정도로 돈독했다. 언니도 나도 사람을 좋아하고 정이 많은 편이라 그 따뜻함이 통하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언니는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을 참 좋아했다. 2년 전 내가 고등학생 일 때도 언니는 신기할 정도로 솔직한 이야기들을 네게 들려주었다. 가끔 언니 주변에 사람들은 그런 언니를 향해 ‘남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다’며 불만을 토하기도 했지만, 나는 조잘조잘 쉴 틈 없이 이야기를 하는 언니가 마냥 귀엽고 재밌고 좋았다. 항상 언니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이렇게 자유롭게 사랑하며 살 수도 있구나’하며 사랑의 자극을 많이 받기도 했다.


언니는 나에게 종종 그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어린 시절 그가 겪은 아픔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어떤 이야기인지는 공개할 수 없지만, 처음으로 언니를 통해 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울었다. 그를 아프게 한 상황이 너무 밉다는 생각을 했다. 언니는 네게 “네가 왜 울어!”하며 웃었지만, 두고두고 그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다시 그가 궁금해졌다.


솔직히 이 궁금함이 이성적인 호감이었을지, 그저 한 인간을 향한 연민의 마음이었을지 모르겠다. 다만, 그 당시에는 언니의 애인을 좋아할 마음은 정말 단 1%도 없었다. 사실 좋아할 수가 없기도 했다. 여자친구가 친한 친구들에게 하는 애인이야기가 뭐겠는가, 난 언니의 입으로 그의 대해 좋은 이야기를 듣진 못했다. 어떻게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도 그와 연애할 마음이 생긴 건지 신기할 따름이다.


언니는 이따금씩 내가 마을에 놀러 오면 엉뚱한 질문을 했다. 내게 자신의 남자친구가 어떠냐 물었다. 뭐가 어떠냐 물으면 이성적으로 느껴지냐고 다시 되물었다. 나는 언니와 잘 어울린다며 동문서답으로 답했다. 그러자 자신은 남자친구가 이성으로 느껴지는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토했다. 그렇게 말하며 마을의 어른들은 너와 내 남자친구가 어울린다고 말한다고, 그 이유가 있지 않겠냐며 자신의 남자친구와 대화를 나눠보라 했다. 나는 처음 이 말을 듣고는 그만하라며 웃으며 넘겼지만, 며칠 내내 밤마다 이 대화가 반복되는 것을 느끼며 지쳐갔다.


그리고 다음 날에 마을에 살던 어른 분이 네게 말했다. 그가 어떠냐고, 너와 잘 맞을 것 같다고,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라 권했다. 어른들은 언니와 그의 연애 사실을 몰라서 나를 그와 이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비밀연애를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그와 1대 1로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알지만 대화를 깊게 해 본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우리가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주변에 있던 모든 어른들이 사라졌다. 나는 이 상황이 조금은 웃겼다. 그래서 그에게 웃으며 말했다. “왜 비밀연애해? 그것 때문에 어른들이 다 나랑 오빠 엮으려고 하잖아” 그는 나를 따라 웃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로 그날 우리는 새벽 1시가 넘어가도록 수다를 떨었다. 이를테면 나의 이상적인 사랑이야기, 구질 구질한 한국 사회에 대하여, 왜 젊은이들은 우울증에 빠질까와 같은 이야기들.


그와 대화를 하다가 문득 '남자인 사람과 이렇게 깊은 대화를 나눈게 얼마나 오랜만이지?'싶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약간의 설렘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붙잡자고 다짐했다. "친구. 친구.. 친구!" 삼창했다. 그날 밤을 계기로 우리는 대화가 잘 통하는 게 느껴져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그리고 그날 밤 언니가 네게 물었다. “둘이 얘기 많이 하더라. 어땠어?” 나는 간결하게 답했다. “좋았어. 이야기가 잘 통하더라. 재밌었어” 언니는 “넌 대화 잘 통하는 사람이 좋다며, 난 둘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마음에 들면 헤어져 줄 거야?”


(충격 실화. 제가 한 발언이 맞다는 것...)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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