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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i Kang Dec 20. 2020

#2 핵인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웃사이더

남들이 모두 열광하는 것들이 나에겐 왠지 시시하게 보이는 이유.


'핫'한 게 뭘까.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난 9년간 내가 해 왔던 일은 대중을 대상으로 무언가를 기획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팬덤을 형성하는 일이었다. 기획자와 마케터의 중간 정도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그런 일을 하다 보면, 가장 중요한 건 '대중적인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한 끝 다른 무언가'를 짚어내는 일인데, 그 한 끝 다른 무언가가 가끔은 정말 우리끼리의 허상 또는 허세 같이 느껴질 때가 종종, 아니 매우 자주 있었다.


그런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 오픈한 '핫'한 곳을 찾아다니고, 내가 이 업계에서 주류에 있음을 다른 사람에게도 끊임없이 상기시키기 위해 쉬지 않고 인스타그램에 '핫'한 곳을 '핫'한 업계의 누구와 다녀왔는지 올려야 한다. 포스팅할 때 포인트는 너무 대놓고 트렌드 쫓기에 급급한 사람처럼 올리기보단 그냥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나 자신이 숨 쉬듯 트렌드 안에 녹아 있는 것처럼 올려야 한다는 거ㅋ (미쳐 증말)


[등산도 하고 소셜 러닝도 하고 한강에서 하는 맥주 이벤트도 가고 바쁘다 바빠 시절ㅋ]

그런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자연스레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점심을 먹을 때도, 일 끝나고 와인 한잔을 할 때도 우리의 대화는 '얼마 전에 오픈한 거기 알지? 거기 누가 하는 거잖아.' '그거 써 봤어? 요즘 제일 핫하잖아.' '야 솔직히 이 브랜드 정도는 입어줘야지.' 일 때가 많았고, 나에게 걸려 오는 전화의 90%는 업계 뒷얘기나 내 인맥 중 자신이 필요한 사람의 연락처가 있는지 또는 담당자 소개가 가능할지를 묻는 전화였다. 



사실은 아웃사이더.

친한 지인들마저도 나를 만나면 우리의 이야기보단 남의 이야기를 하기 바쁘다. 아마 나의 백그라운드 때문에 내가 그런 얘기를 좋아할 거라 생각해서 더 편히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사실 나는 그런 시간들이 늘 불편했다.(또는 매우 지루했다.)


내가 관심을 갖는 브랜드들은 요즘 핫한 브랜드보다는, 엉성해도 그냥 왠지 자꾸 눈에 밟히는 작지만 진정성 있는 브랜드들이었고, 요가복은 내 다리에 늘 길게 남는 룰루레몬(캐나다 브랜드로, 한국에선 요가복계의 샤넬이라 불림. 아오 이런 표현도 너무 오글오글) 보다는 태국 나이트마켓에서 사 온 내 몸에 편한 옷이 좋았다. 기획하는 일들도 유명하지 않은 브랜드 또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한 명 없는 개인일지언정 내 마음을 울리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든 함께하는 욕심을 자꾸만 부리고 있었다.


그런 나의 성향은 늘 나의 일과 부딪혔고 퇴사를 한 지금의 나는 이제 조금 더 편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사실은 아웃사이더라고. 더 이상은 애써 트렌드를 쫓고 싶지 않다. 남들이 좋아하고 남들이 가졌기 때문에 나에게도 없어선 안 되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고 나에게 자연스러운 것들로 나와 내 주변을 채우고 싶다. 그게 진정한 아름다움이고 개인이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 지금의 시대에 더 맞는 일 아닐까.




인스타그램 @dam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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