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공부한다.
왜 공부해야 하나요?
결국 올 것이 왔네요...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 잘 하던 아이인데, 고등학교 와서는 자꾸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거든요. 학원을 보내도, 과외를 시켜도, 일타 강사의 인강을 끊어줘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모두 다 자기랑 맞지 않는다 하더니, 이제 공부를 놓을 핑계를 찾으려나 봅니다. 이럴 때 잘 대답해야 공부를 놓지 않을텐데... 일단 침착하게 대답해보기로 합니다.
부모 : "공부를 해야 대학도 잘가고, 좋은 회사에 갈 수 있어."
아이 : "요즘 세상에 꼭 대학을 나와야 되나요? 유튜버들은 좋은 대학이랑 회사를 안나왔는데 성공하잖아요?"
부모 : "그건 그렇지... 그치만 세상엔 돈이 다가 아니야. 공부를 잘하면 세상을 더 잘 이해하니까, 자부심을 가질 수 있어!"
아이 : "그래요? 근데 제 인생이랑 관련 없는 걸 알면 자부심이 생기나요?"
말이 끝나게 무섭게 아이는 풀고 있던 화학 문제를 가져와서 보여줍니다.
아이 : "이런 건 왜 배워요? 동소체의 구조를 알면 어디다 써먹을 수 있는데요? 이건 그냥 쓸데없는 지식 아닌가요?"
아이 말이 맞습니다. 생각해보니 대학입시 때문에 공부했던 것들은 그 때만 필요했습니다. 특히 학창시절 배웠던 과학은 잊었지만, 생활하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떡하나요. 대한민국은 치열한 경쟁사회, 학벌주의 사회인걸요... 지금 여기서 공부를 놓으면 어른이 돼서 남에게 무시받을것이 너무 걱정됩니다.
부모 : "어디든 필요가 있겠지! 한가한 소리 그만하고 얼른 공부하러 들어가!!"
아이는 한숨을 쉬며 다시 공부방에 들어갔습니다. 필요한 말이었지만, 모진 말을 하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이런 건 왜 배우는 걸까요?
대체 동소체 개념이 우리 삶에 무슨 쓸모가 있는 걸까요?
사실 동소체란 개념은 지금 우리에게 쓸모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산업혁명 시기의 유럽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었습니다. 특히, 죽어가는 성냥팔이 소녀들을 구하기 위해 꼭 찾아야 했던 지식이었죠.
산업혁명 시기, 유럽에는 독성물질 문제가 발생합니다. 독성물질 백린이 포함된 성냥이 수많은 성냥팔이 소녀의 목숨을 빼았아 갔기 때문이죠.
성냥팔이 소녀들의 비극적 운명을 바꾼 것은 바로 화학입니다. 화학자들이 독성물질을 대체하는 방법을 알아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독성물질 백린을 대체하는 적린이란 물질을 찾아냈습니다. 적린은 백린의 동소체로 독성이 없었습니다.
유럽사람들은 동소체를 활용해 독성물질 문제를 해결합니다. 적린으로 안전성냥을 발명한 것이죠. 안전성냥 덕분에 독성물질 백린은 인류 곁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유럽사람들이 동소체 개념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직도 성냥의 독성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계속 나왔을지 모릅니다. 유럽사람들의 독성물질 극복기는 우리에게 공부의 목적이 무엇인지 통찰을 줍니다.
인간은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공부합니다.
공부란 인류가 운명을 극복하며 얻어낸 지식들을 배우는 활동입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조상들의 실수를 배우고, 과학을 통해 선진국 사회가 찾아낸 문제해결방법을 배웁니다. 목적에 맞게 공부한 학생은 우리를 위협하는 문제를 해결할 역량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산업화에 성공한 우리는 독성물질의 위협을 받고있습니다. 독성물질의 위협이 우리눈에 드러난 건 가습기 살균제 사건입니다. 세균만 죽이리라 기대했던 화학물질이 사람도 죽이는 독성물질로 밝혀져 우리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경험한 우리는 아직도 독성물질의 비극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독성물질의 비극을 넘을 수 있을까요? 다음 글부터 여러분께 성냥팔이 소녀를 구한 화학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이야기를 통해 간단한 화학 개념들도 함께 공부하며, 독성물질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