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을 할퀴는 뜨거운 햇빛
구름마저 눈부신 태양아래,
하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며
그 여름, 그 꽃을
바라본다.
하나 둘 모여 서서
더 크게 더 넓게 입나팔 부는 아이들
어찌나 세차게 불었던지
노오란 꽃잎이 터지며
불그스름한 주홍빛으로 물들어 버린다.
내리쬐는 태양아래
모든 꽃과 풀들이 더위에 눌려 고개 떨구는 그 여름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다
이내 하늘로 고개 들어
주홍빛 입나팔 분다 뿌뿌 푸푸
초록잎 사이사이
숨박꼭질하며 숨어있다가
어느새 술래에 잡혀 그렇게 그 자리에서
아이는 베시시
주홍빛 웃음꽃 피운다.
초록이 물든 잎 돗자리에
더위 피해 잠시 쉬어가듯
주홍빛 얼굴 맞대며
서로의 이야기를 끝도 없이
재잘재잘 말한다.
내리쬐는 태양아래
뜨거운지 모르고 땀뻘뻘 흘리며 노는 아이들 마냥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다
이내 하늘로 고개 들어
주홍빛 입나팔 분다 뿌뿌 푸푸
한 여름 세찬 소나기 내리던 날
지쳐버린 아이들은
후두둑 주홍빛 입나팔 놓치고
결국엔 땅위에 흩뿌려져
대지의 붉은 주홍빛을 내려놓는다.
그는 떨어진 꽃송이를 주워본다.
아직 짓눌려지지도 않은
아직은 때가 아닌
못다한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은
그 여름 그 꽃, 능소화에서
아직 남은 그 여름의 이야기가 들리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