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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갱 Oct 23. 2021

힐링, 칠링, 스노클링!

햇빛을 받아 형형색색 반짝이는 산호들,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작은 물고기들. 스노클링을 하면 반짝이는 파도 아래 숨겨진 오키나와의 아름다움을 직접 마주할 수 있다.





스노클링 - 바닷속에서 숨 쉴 수 있는 자유


오키나와에 와서 제일 즐겼던 취미 생활은 바로 스노클링이다. 스노클링 (snorkeling)은 말 그대로 스노클+ing로 만들어진 말인데, 수면에 머리가 잠긴 상태에서도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주는 스노클이라는 대롱을 입에 물고 바다를 유영하는 레포츠이다. 스노클은 '바닷속에서 숨 쉴 수 있는 자유'를 주었고, 나는 이 자유를 하나도 남김없이 바다를 즐기는데 쓰는 것에 집중했다.


맑은 날엔 파도를 뚫고 내려온 햇빛이 화려한 색상의 산호를 비추는 것을 볼 수 있다. © Brocken Inaglory

스노클을 물고 한결 여유롭게 파도 아래를 내려다보자 오키나와 바다의 아름다움이 한층 더 드러났다. 스노클링을 하기 전에는 이렇게나 산호가 아름다운 것인지, 그리고 이렇게나 다양한지 몰랐다. 빨간 산호, 파란 산호, 바위같이 단단한 산호, 바닷물에 나풀거리는 연산호 등 다채로운 산호들이 파도 밑에 펼쳐져 있었고, '톡톡' 산호를 쪼아 먹는 물고기들의 소리가 그곳을 채우고 있었다. 해변에선 부서지는 파도밖에 못 봤는데, 그 파도 아래에 이렇게 화려하고 시끄러운 세상이 있었구나.




Mastering the Game of Snorkeling


목적지를 향해 부단히 몸을 움직이는 수영과는 다르게, 스노클링을 하는 동안에는 특별한 목적지 없이, 가끔은 발차기조차 없이, 수면 아래에 펼쳐지는 이 아름다운 풍경을 그냥 지켜보기만 하면 되었다. 물론 스노클링을 하면서 이리저리 헤엄쳐 다닐 수도 있지만, 내가 즐긴 스노클링 방법은 자연스러운 파도의 흐름에 거스름 없이, 몸을 그대로 맡기는 것이었다. 그렇게 즐기는 스노클링은 바쁜 일상으로부터의 휴식이고 일종의 명상이었다. 스노클을 물고 있는 동안만큼은 논문, 실험, 졸업 등 다른 생각 하나 없이, 스노클을 통해 오고 나가는 내 숨과 파도 아래서 따뜻한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형형색색의 산호초만 오롯이 생각했다. 

 

바다가 너무 차가웠던 봄, 겨울을 제외하곤 스노클링은 주말의 일상이었다. 주말 아침,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스노클링 하기 좋은 날씨인지 살피는 것이었다. 파도가 높진 않은지, 물이 언제 들고 빠지는지. 마치 바다에 못 들어가면 죽는 병을 앓는 것처럼 기회가 될 때마다 스노클 장비를 챙겨 바다로 향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난 바다는, 드라마 도깨비의 명대사를 빌려 표현하자면,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요즘도 가끔 오키나와에서의 스노클링 기억을 떠올려본다. 내 몸을 감싸고 흐르는 시원한 바다와 종아리부터 등, 목까지 비추는 뜨거운 햇살이 상상 속에서 다시 한번 느껴진다. 이 지긋지긋한 역병이 끝나는 날, 오키나와로 날아가서 스노클링 해야지.




Snorkel like a Pro

갱투어에서 소개하는 스노클링 잘하는 비법



스노클링 준비물

스노클과 마스크는 필수. 수영실력과는 상관없이 구명조끼 혹은 웻수트를 꼭 입자. 오리발을 준비한다면 한결 편하게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오키나와 해변에는 뾰족한 가시가 있는 성게가 많아서 맨발은 위험하니, 오리발 없이 나간다면 아쿠아슈즈라도 꼭 신고 나서자. 만약 한국에서 이런 준비물을 준비해 가지 못했다면 현지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현지에서 물놀이/스노클링 용품 살만한 곳


아쿠로스 (AQROS). 워터 스포츠 용품 전문점. 괜찮은 질의 제품을 찾는다면 추천한다. 가격은 조금 있는 편이지만 동일 모델을 한국에서 살 때보다 싼 경우도 있다.

>> 주소: (중부) Ginowan, Oyama, 7 chrome−10−27 マリン支援センタ 2F


타바타 (Tabata, タバタ). 오키나와 여기저기에 있는 슈퍼마켓/잡화점. 조금 저렴하게 물놀이 용품을 살 수 있다. 그 외에도 캠핑용품을 비롯해서 다양한 잡화들을 취급한다.

>> 주소 (카데나 점): 372-2 Kaneku, Kadena, Nakagami District


세컨드 스트리트 (2nd Street). 중고 제품 가게이다 보니 지점마다 보유하고 있는 물건이 다르다. 물놀이 용품 코너에선 스노클, 마스크, 오리발뿐 아니라 서프보드, 바디보드 같은 것도 보인다.

>> 주소 (우라소에 점): 248 Minatogawa, Urasoe



산호, 그리고 자연보호


백화 (bleaching)된 산호들. 하얗게 죽어가는 모습이다. Photographed by Acropora

산호를 밟지 말자. 짐짓 단단한 돌/바위처럼 보이지만, 산호는 살아있는 생명체이고 (참고로 산호는 동물이다), 많은 해양생물의 터전이다가끔은 산호를 밟고 있으면, 물고기들이 물어서 상처가 나기도 한다 (자기 집을 침범하면 나라도 그러겠다).


1년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이지만, 블루 케이브나 마에다 플랫과 같이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곳에서는 산호가 많이 죽어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러니 제발 산호를 밟지 말자. 웻수트나 구명조끼가 있으면 힘들게 수영하거나 산호를 밟지 않고, 물에 둥둥 떠서 여유롭게 스노클링을 할 수 있다.


산호와 산호를 보호하는 일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면 Netflix의 "산호초를 따라서 (Chasing Coral)"라는 다큐멘터리를 추천한다.



조심해야 할 바다 생물들


오키나와 바다에도 독이 있거나 공격성이 있는 물고기들이나 해파리가 있다. 함부로 다가가거나 만지지 말자. 바다뱀은 생각보다 흔히 보인다. 온순한 성격이라곤 하지만 독이 있는 녀석이다. 타이탄 트리거피쉬는 공격성이 강한 물고기다. 간혹 뿔을 세우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땐  조심해야 한다. 라이언피쉬 (Lionfish)가 물속에서 화려함을 뽐내는 모습을 보면 조금 더 다가가서 보고 싶은 맘이 들 수 있지만, 이 녀석도 독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물놀이를 마치고 나왔는데 붉은 반점이 생기는 경우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해파리나 산호에게 쏘인 독 때문일 수도 있다. 심하다면 병원이나 약국을 가자.


이렇게 설명하면 오키나와의 바다는 위험한 동물 투성이로 들어가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것 마냥 비치지만, 산호와 물고기, 아름다운 바다 동물들을 멀리서 관찰하며 유영한다면 충분히 목숨을 걸만하다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구글에 검색을 Dangerous sea creatures in Okinawa 등으로 검색하면 많은 곳에서 그림과 설명을 찾을 수 있다. 스노클링을 하기 전에 한 번쯤은 보고 가자.


바다뱀, 라이언피쉬, 타이탄 트리거피쉬. Photographed by Jan Derk, jayhem and Craig D at Wikipedia




스노클링 - 어디서 할까?


오키나와의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 만사 제쳐두고 뛰어들고 싶은 마음은 100% 이해하지만, 바다에 무작정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배가 다니는 길일 수도 있고, 산호초가 끝나는 곳에서 갑자기 깊어질 수도 있고, 조류가 있어서 나도 모르게 해변으로부터 멀리 떠내려 갈 수도 있다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다). 그러니 안전을 위해서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곳에서 스노클링을 하자.


에메랄드 바닷빛에 이끌러 홀린 듯이 들어갔는데 바닥이 모래라 아무것도 못 보고 허탕을 칠 수도 있다. 모래보다는 산호로 뒤덮인 지형에서 더 많은 물고기와 만나며 스노클링을 더 재밌게 할 수 있다. 아름다운 산호초로 둘러싸인 오키나와에는 많은 스노클링 명소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우리가 특히 더 사랑한 장소들을 소개한다.



우리가 사랑한 오키나와 스노클링 포인트


블루 케이브 (Maedamisaki, 真栄田岬 - 중부). 오키나와 스노클링 장소 중에서 제일 유명한 곳. 항상 여행객과 그들을 인솔하는 현지 가이드들이 많은 곳이다. 여기는 날씨의 영향을 받는 곳으로, 입장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을 하고 가면 좋다. 전용 주차장과 유료 샤워시설이 있어서 편하게 이용 가능하다.

>> 주소: 469 Maeda, Onna, Kunigami District

>> 홈페이지: http://www.maedamisaki.jp/en


마에다 플랫 (Maeda Flat - 중부). 마에다 플랫은 블루 케이브 바로 옆에 있다. 웬만한 날씨에도 들어갈 수 있고, 깊지 않은 곳에서도 많은 물고기를 볼 수 있어, 아이와 같이 오거나 초보자들에게 추천하다. 블루 케이브는 스노클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쉴 곳이 마땅찮은데, 마에다 플랫은 해변이 있어서 좋다.

>> 주소: 블루 케이브 주차장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수풀 사이로 작은 오솔길이 있는데 이를 따라 내려온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라 쉽게 찾을 수 있다.


고릴라 촙 (Gorilla Chop, ゴリラチョップ - 북부). 고릴라가 가라데의 당수(촙)을 하는 모양의 바위가 있다 (정말 그렇게 생겼다!) 북부에서 가기 좋은 스노클링 장소로 특히 연산호를 많이 볼 수 있다. 다이버들도 많이 찾는 지역이라 주차장과 샤워시설도 구비되어 있다. 내려가는 계단이 미끄러우니 주의할 것.

>> 주소: Sakimotobu, Motobu, Kunigami District
 

아포가마 (Apogama, アポガマ - 중부). 스노클링보다는 다이빙을 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더 많은 편. 관광객의 발길이 뜸한 곳이라서 그런지 다른 스노클링 사이트들보다 더 잘 보존되어 있는 산호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심이 깊고 입수(엔트리)가 쉽진 않은 편이라 초보자에게 추천하진 않는다.

>> 주소: 4484 Onna, Kunigami Distr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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