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 씀
‘염여사는 혹시 모르니 누군가를 불러야 할까 고민했던 마음을 접고 그와 단 둘이 만나기로 했다. 일흔에, 치매 염려 증상이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그녀는 자신의 위엄을 믿었다. 교단에서 정년을 맞을 때까지 한 번도 비굴하게 굴지 않고 당당히 온갖 학생들을 상대했던 자신을 믿기로 했다.’
교사였구나..
불편한 편의점은 우연히 읽게 된 책입니다. 제목만 읽고서 편의점이 배경인 것 같았고 편의점을 중심으로 펼쳐질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겠거니 생각했습니다. 사실 분위기만 상상했지, 내용은 알 수 없었습니다.
‘염영숙 여사가 가방 안에 파우치가 없다는 걸 알았을 때 기차는 평택 부근을 지나고 있었다. 문제는 어디서 그것을 잃어버렸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교사 출신으로 정년 퇴임 후 편의점을 운영 중인 염영숙 여사의 잃어버린 파우치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책은 잘 읽히고 적당한 긴장감과 호기심을 자극하며 독자를 끌어들입니다.
노숙자 ‘독고’의 등장과 함께 편의점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독고’는 일반 노숙자와는 뭔가 다른 인물입니다. 과거의 기억을 잊었지만 양심적이며 상대를 존중합니다. 타인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으며 꼭 해야 할 말을 합니다. 약한 자를 배려하며 강한 자에겐 강하게 대합니다. 그러면서도 사람을 챙기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고’를 처음 본 사람들의 반응은 공통적입니다. ‘뭐야, 노숙자야. 더러워. 말도 어눌하고, 믿을 수 없어. 노숙자가 뭘 한단 말이야.’ 하지만 ‘독고’는 주위의 시선을 알고 있지만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며 주위 분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실천할 뿐입니다. ‘독고’의 이 작은 행동과 말 한마디가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 쌓입니다.
저는 같은 교사라 그런지 염여사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정년 퇴임 후 편의점을 운영하는 교사, 그리고 말을 듣지 않는 속 썩이는 아들, 자식보다 더 정이 가는 편의점 알바분들, '독고'를 배려하는 염여사의 마음 씀씀이’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교사가 정년 퇴임하고 일을 한다면 편의점도 한 방법일 수 있겠구나. 는 생각을 잠시 했었습니다.
책은 편의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생활, 그들의 고민과 대안이 하나씩 열리고 닫히며 진행됩니다. 그리곤 노숙자 ‘독고’가 서서히 기억을 찾아가며 밝혀지는 진실들, 각 개인들의 고민이 하나씩 정리되어 가며 책은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어갑니다.
‘불편한 편의점’은 특별하지 않은 특별한 이야기로 읽기 쉬운 책입니다. 2022년 8월에 ‘불편한 편의점 2’가 출간되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2편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머리가 복잡할 때, 가볍고 따뜻한 책을 읽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불편한 편의점’은 사실 ‘따뜻한 편의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