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엘리멘탈을 보고 눈물을 훔친 이유
잠시 숨을 돌려, 나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금 내가 다니는 곳은 나의 첫 직장이다. 물론 그전에 짧게나마 계약직을 다녔던 곳이 있지만, 실제로 다들 생각하는 일반 회사의 계약직은 아니고, 정부가 취준생들을 위해 풀어준 공공일자리의 일종이었다. 결국 회사를 출근하고 말고도 없었고, 그저 외주처럼 일을 주면 현장에서 자료를 취합해 주는 식이었다.(물론 지금도 이 일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입사하고서 행복하게 지냈던 6개월 차를 갓 넘었을 때였나. 뭔가 내가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잠결에 답답해서 옷을 던져버리는 것처럼. 하지만 성급하게 퇴사하기에는 일렀다. 일단 2년 동안 취준한 게 가장 컸다. 나는 다시 그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들어갈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6개월이면 아직 한참 일렀다. 갓 졸업한 취준생들에 비하면, 그렇게 어리지도 않은 나이였기에 취준이라는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적어도 1년은 기다려보자는 판단이 섰다.
솔직히 이직준비를 열심히 했냐고 물어보면? 아니다. 그만큼 간절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했지만, 집에 와서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부터 일이었다. 이따금 생각나면 자기소개서 사이트에 들어가서 지원하고, 떨어지고, 다시 또 지원하고, 떨어지고의 반복... 그렇게 얼레벌레 약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중고신입과 경력직 그 사이에서 저울질을 할 때가 되었다. (물론 내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님)
당장 재직 중인 회사가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서 이직이 간절하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의외로 그 진정한 이유는 술자리에서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찾았다. '원석아, 이직하면 뭐가 달라질 거 같아? 똑같아.. 결국 회사 다니면 다 똑같아. 어느 곳에서나 또라이는 있고, 다시 또 더 높은 월급 받는 곳과 비교하면서 눈은 높아지고, 현타만 오고... 다 사는 거 똑같아.'
친구의 의견에 100%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왜 나는 끊임없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 한 건지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회사에 다니면서 이룰 수 없구나!라는 답이 도출되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당장 수면 위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이직'이었기에 그쪽으로 눈을 돌렸을 뿐이다. 만약 성공했다고 한들, 나는 똑같이 다른 회사에서 이건 이래서 별로고 이건 이래서 그렇고 등등의 이유로 행복하지 않았을 것 같다.
다시 엘리멘탈로 돌아와서, 왜 갑자기 뜬금없이 나의 직장 얘기를 했냐 하면 엘리멘탈 속 엠버의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공감이 가서 눈물이 났기 때문이다. 사실은 아버지의 가게를 이어받기 싫었던 엠버. 나도 사실은 이 회사에 큰 정을 붙이지는 못할 것 같다.
처음에는 회사를 다니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하려고도 해 봤는데, 도저히 몸이 갈려서 두 가지 전부를 모두 챙기는 건 욕심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이제 나에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다. 첫째, 퇴사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던가. 둘째, 퇴사하지 않고 무난하게 살던가.
두 가지 전부 어느 쪽을 택하든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 후회할 것이다. 하지만 뭐라도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나낫지 않을까?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단, 해보고 후회하는 게 뭐라도 나으니까. 그저 이렇게 똑같이 챗바퀴처럼 흘러가는 삶을 살다가는, 10년 뒤 눈을 떠도 나는 현재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이 나에게는 더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나는 마음속에만 사직서를 품을 뿐- 그걸 실제로 낼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엠버가 끝내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새로운 길로 간 것처럼, 나도 착한 첫째에서 벗어나 용기를 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