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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원석 May 31. 2024

인생을 좀 더 행복하게 사는 법 : 타인과 비교 금지

너는 너고 나는 나


최근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 동네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먹고사는 얘기, 그간 풀지 못한 이야기보따리 한 아름 일상을 풀다가 자연스럽게 나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 요새 이직 준비해."

"왜 또? 너 입사할 때만 해도 거기 평생 뼈 묻겠다고 했잖아"

 "내가? 내가 언제 그랬어?"

처음에는 부정했지만 강한 부정은 긍정 이랬던가,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과거 한 장면이 순간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아, 그래. 그랬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당장 취업된 게 너무 기쁘기도 하거니와 먼저 나간다고 하지 않으면 잘릴 일은 없는 좋은 평생직장.


이후 무슨 별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하다 또 이런 얘기가 나왔다.

"나는 솔직히 또래에 비해 내가 모은 돈이 이 정도면 나름 상위권이라고 생각하거든? 착실히 모으기도 하고 내가 워낙 돈에 관심이 많잖아. 그런데 가끔 돈이고 나발이고 아등바등 모아 왔던 거 다 가족한테 줘버리고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을 때가 있어."

"그래, 그건 네가 기준을 돈에 둬서 그래. 돈에 두지 않고 다른 거에 기준을 잡으면 행복해질 길이 훨씬 많아."


머리를 띵하고 맞은 기분이었다. 마치 나의 세계가 '돈'과 '이직' 등 아주 좁은 시야로만 이 세계를 보고 있다면 친구는 마치 인(賢人)처럼만 느껴졌다. 그래, 그동안 내가 나를 너무 힘들게 만들고 있었구나. 내가 중점을 두고 바라보는 기준으로만 판단하고 평가하니, 나도 모르게 편협한 사고를 갖게 되어 버렸다.



나를 힘들게 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말하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가장 파괴적인 방법은 그중 '타인과의 비교'가 아닐까.


지난번 인스타그램을 삭제한 이유에서도 얼핏 얘기했듯, 남의 하이라이트와 나의 비하인드가 비교될 때마다 나의 자존감이 박살 났기 때문이다. 아니, 비하인드는 무슨. 평상시와 같은 시시콜콜한 일상도 그들은 '멋져'이고 나는 '안 멋져'였다.  나도 쿨하게 멋있다! 잘돼서 좋다!라고 겉에선 웃으며 얘기하지만, 실상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는 친구들이 마냥 부러워서 내 처지를 비관하기도 했다. 질투라기 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원망이 컸다. 쟤넨 저렇게 잘 풀리고 있는데 난 뭐 하고 있는 거야? 너만(나만) 왜 이렇게 제자리걸음인 거야? 넌 뒤처지고 있는 거야, 멍청아.


다시 앞서 친구와의 대화로 돌아가자면, 나는 그 짧은 새에 못다한 동창의 소식들을 주고 받으며 누구는 어디 직장에서 뭘 하고 있고 누구는 결혼해서 어디 신혼집을 얻었다더라 등의 업데이트를 들을 때마다 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마냥 철없고 똑같아 보였던 동네친구들이 이제 사회인이 되어 밥벌이하는 모습을 보면, 근 10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구나 싶기도 하고, 더 이상 어리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여 씁쓸했다. 한편으로는 이제는 같은 출발선에 위치하지 않는다는 현실도 삼 느껴졌다.


워낙 한국사회가 비교도 많이 하는 데다가 나와 다르면 다름을 인정하기보다는, 나의 울타리 안으로 끌고 들어와 너도 '정상이야'의 범주에 놓는 성격이 강하다. 그렇기에 곧 있으면 누군가 먼저 스타트를 끊지 않아도 연애부터 결혼, 커리어까지 이것저것 참견이 들어올 것이다. 소수가 얘기할 때는 귓등으로 듣겠지만, 그게 다수를 차지하게 되면 그런가? 싶어 나의 주관이 흔들릴지도 모른다. 그 순간 실상은 모른 채 겉보기에는 좋아 보이는(물론 실제로도 좋을 수 있는) 앞서간 친구들을 보며 내 신세를 한탄할지도 모른다. 나는 이리도 열심히 살았는데, 어째서 내 인생은 아직도 확신도, 줏대도 없이 흔들리기만 하냐고 억울할 것이다.


다만, 계획한 대로 착착 흘러가는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어디선가 세상은 B와 D 사이의 C라고 했다. Birth(탄생)와 Death(죽음) 그리고 Choice(선택)이 아닌, Coincidence(우연)이라고. 그래, 대신 그 좋은 우연들을 많이 늘려가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내 방식대로, 묵묵히.


걸 인정하는 것부터가 어쩌면 나의 성장 판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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