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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아빠 May 14. 2021

조회수만큼 집 값이 내려가면 얼마나 좋을까.

초보 작가의 맛

전업주부의 삶을 사는 남자의 핸드폰이 울리는 건 드문 일이다. 개인정보가 어디서 유출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무료 포인트 준다는 것에 속아서 섣불리 개인정보를 입력한 게 탈이었겠지. 심심할까 봐, 광고 문자만 하루가 멀게 찾아와서 말을 건다.


대형 마트에서 최저가 품목을 알려주는 할인 문자, 인터넷 쇼핑몰에서 휴면계정 처리되니 접속하라는 문자, 보험회사에서 내 생명을 지켜주겠다며 보내주는 가입 문자, 이제는 잘 타지도 않는 자동차 타이어 할인 문자, 세상 친절하다. 핸드폰은 잘 쓰지도 않는데 자꾸 최신형으로 바꾸어주겠다고 문자가 온다. 최신형은 모릅니다. 최진형은 아는 형이지만요. 세상에! 나를 챙겨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 돈 쓰라는 말이긴 하지만. 뭐 어때. 스팸 처리하겠습니다.


그래도 전업주부가 진심으로 기다리는 문자가 있다. 크린토피아 겨울옷 세탁 바겐세일 문자! 무려, 20% 할인! 오늘 드디어 겨울옷 정리할 수 있다. 갑자기 콧노래가 나온다. 묵혀 둔 집안 일도 할 수 있어서 좋고 절약도 할 수 있어서 기쁨이 배가 된다. 이제 이런 일에 더 기쁨을 느끼고 있다니. 피식. 택배 아저씨의 문자도 기다린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새 물건이 오는 날이니까. 설렌다.


갑자기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평소와 다른 비트로 핸드폰이 진동에 맞춰 춤을 춘다. 징징~징~~ 징징~징~징~~ 핸드폰이 평소와 다른 춤 선을 보여준다. 폭탄 광고가 오는 건가. 아니면,  유치원 선생님이 급한 연락을 주신 건가. 급격히 쌓여가는 알람을 보면서, 여긴 어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당혹스러웠다. 아들 소풍 도시락을 싸면서 있었던 일을 쓴 글 <믹스 커피가 땡긴다>가 조회수 1000을 넘기더니, 정말 눈을 깜짝하니까 2000으로 그러다가 순식간에 6000을 찍었다. 순식간에 10000 조회수를 돌파했다. 초보 브런치 작가에게는 너무나 기이한 일이었다. 올라가는 조회수만큼, 집 값이 내려가면 얼마나 좋을까.



눈이 뒤집어졌다. 물이 들어왔을 때 노 저으라는 말이 있지 않나. 조회수에 정신이 팔려서, 글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내 생각에는 사람들이 김밥 만드는 레시피가 궁금할 것 같았다. 조회수 뽕을 뽑아보자는 마음으로 김밥을 말면서 찍은 사진을 더 넣고, 조리과정의 디테일을 살렸다. 조회수 욕망에 이끌려 손가락은 쉼 없이 춤을 췄다.


눈이 뒤집어 지자, 글이 뒤집어졌다. 욕망에 이끌린 글은 점점 산으로 가기 시작했다. 에세이 쓰는 걸 알아가면서, 연습 삼아서 일상에서 느낀 걸 편안하게 쓰려고 했는데 글의 의도에서 점점 벗어났다. 불필요한 말들이 많아졌고, 문장도 이상했다. 사진이 많이 들어가서 가독성도 떨어졌다. 요리 레시피를 소개하고 싶은 글인지, 아니면 엄마가 보고 싶다는 건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는 글이 되어버렸다. 욕망의 손가락 춤사위가 지나간 글은 안 그래도 볼품없는 글을 더 볼 품 없게 만들었다.


오빠, 블로그 같은데, 이건 아닌 거 같아. 촌철살인같은 아내의 말. 정신을 차리고 글을 수정했다. 불필요한 사진과 문단은 삭제했다. 흑역사를 지우듯. 물론 아직도 부족한 글이지만, 다시는 조회수에 노예가 되지 않겠다고 마음을 고쳤다. 욕망의 춤사위에 글 장단 맞추지 않으리. 




27000. 어제 하루 조회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다음 홈페이지, 홈&쿠킹 카테고리 메인에 내 글이 걸린 덕분이었다. 다시 이런 숫자를 볼 수 있을까. 내 공간에 들려서 잠시 머물다 간 사람이 27000명이라니. 그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읽었을까. 내 글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왜 클릭했을까. 궁금하다. 물어볼 수 없어서 답답하지만. 작은 소망이 있다면, 시답지 않은 내 글이 바쁜 일상에서 잠깐 머리를 식히게 하고, 피식거리는 웃음을 주었다면 더없이 좋겠다. 웹 산책을 하며 우연히 만난 들꽃 같은 글이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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