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feat. 건축 탐구 집

by 김상래

주말마다 ‘건축 탐구 집‘을 보며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앞으로 14년만 회사 생활을 할 거야.”

“생각보다 오래 생각하고 있네. 좋은 머리로 다른 일을 해 볼 생각은 없는 거야?”

“나는 55세까지만 머리 쓰는 일 하고 그 뒤로는 몸 쓰는 일 할 거야.”

“미리 준비를 해둬야 그때 몸을 쓰지. 주말에 하고 싶은 거 배우러 다니는 건 어때?”

“지금은 피곤해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직업, 작업실이 필요 없고 마음껏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책을 실컷 읽을 수 있는 일. 나는 그런 일을 원한다. 사실, 그림도 그릴 요량이니 작업실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아이를 키우며 조금씩 내 꿈을 키워가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는 시점이 내 나이 마흔여덟. 글을 쓰며 그간 원했던 삶의 순간들을 의미 있게 채우는 동시에 인생의 남은 시간 동안 품위 있게 나이 드는 어른이 되어가는 것, 내가 바라던 바대로 청아한 할머니로 나이를 먹는 것, 흰머리 가득한 멋진 중년의 나. 내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신랑은 어떤 모습을 원하는가. 정신 노동을 주로 하는 직업이다 보니 몸 쓰는 일, 기술을 배워 무언갈 해 보고 싶어 한다. 목공, 도예라든가 뭐든 손으로 꼼지락거리며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노년을 맞고 싶다고 한다. 태생이 성실하고 한결같아 무어든 시작하면 장인처럼 끝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 글 쓰는 일을 신랑이 했으면 했다. 연애 때도 편지의 매력에 반해 결혼했듯, 글을 정말 잘 쓴다. 내가 100일 글쓰기를 시작하며 신랑도 일기를 적기 시작했는데 생각해보면 참 감사한 일이다. 좋은 글이 세상에 남겨지길 바라는 한 사람으로.(내 책이 세상에 나오면 신랑을 계속 꼬셔볼 생각이다)


그렇게 우리는 주말마다 ‘건축 탐구 집’을 보며 함께 미래를 그려 본다. 집은 단순히 먹고 자는 공간이 아니다. 집엔 주인의 사고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고 어떤 생활방식을 추구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것들이. 크게는 집 모양으로. 작게는 내부의 세밀한 곳까지. 다양한 집의 서로 다른 부부들을 보며 우리는 어떤 집을 짓고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흐르고 나이 먹는 만큼 몸도 예전 같지 않다.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대로 집을 짓는 그 시점에 열정이 남아 있을지 어떨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서로가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집을 짓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만을 품고 있다.


신랑과 나의 다른 점이라면 나는 우선 막힘 없이 창문이 큰 것을 좋아한다. 거실의 양쪽이 슬라이딩 도어로, 아침에 활짝 열어둘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거실엔 커다란 10인용 테이블이 있으면 좋겠고 층고도 높고 집 전체로 빛이 들어오는 통로가 많았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 반면 신랑은 늘 추워하는 사람이라 창문이 너무 크면 단열에 지출이 커질 것을 미리 염려하는 사람이다. 비가 떨어질 때 빗물받이가 바깥으로 조금 길게 나길 바라고(비가 집 쪽으로 들이치면 안 되니까)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고 따로 떨어져 있기를 원한다.


우리 둘의 공통점은 집 뒤에 대나무든 소나무든 나무들이 가려주었으면 하고 작업실이 집안에 있지 않고 따로 만들어진 분리된 공간에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다. 거기에 나는 각자의 개별 공간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고 신랑은 꼭 개별 공간이 필요한 건 아니라고 한다.


집을 짓고 사는 부부를 보면 젊었을 때 행복하게 살았을 법한 부부들이 보이는 반면 나이가 들어서 겨우겨우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는 듯 보이는 부부도 보인다. 아파트에서 벗어나 땅을 찾아 집을 짓는 일이 삶에 있어 꼭 해야만 했던 사람들도 보이고, (심한 아토피 증상의 아이와 함께 사는 부부, 가습기 피해자인 모녀가 있는 집) 처음엔 긴가민가 했는데 살아보니 좋더라는 사람도 보인다. 젊었을 때 부인에게 얼마나 못했길래, 부인은 남편이 황제처럼 살았다 하고 남편은 그런 자신이 죄스럽다 하여 남편이 펑펑 우는 경우도 봤다. 그래서 집은 부인이 원하는 대로. 서로가 원하는 스타일이 달라, 한 땅에 각자 원하는 형식의 집을 짓고 사는 부부도 있었다. 외국생활이 오래라 땅만 한국이지 집의 외형과 내부가 모두 북유럽 스타일인 집도 있었다.


우리가 방송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우선 적응이 돼서 계속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일 거다. 반면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도시로 올라와 아파트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듯 싶다. 방송의 취지에 맞는 사람들만을 골라 내보내는 것이겠거니 한다. 다양한 형태의 집들을 두루두루 보게 되는 점이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 재미있다.


어차피 가진 게 별로 많지 않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생각이 비슷한 부부라 언젠가는 땅을 밟으며 작은 텃밭을 일구며 살아가게 될 거다.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에 대해 자주 얘길 하다 보니 ‘건축 탐구 집’이 드라마를 보듯 되어 버렸다. 아이 다 키우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노후를 맞이 한다면, 그때 지금처럼만 건강하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꽃이 피었다 바람에 지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그런 시간이 우리에게 흘러오기를.

가족 모두 지금처럼만 건강하고 무탈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