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선물
다시 도쿄.
12월의 도쿄는 처음이다. 늘 그렇듯 도쿄는 맑고 푸른 얼굴로 맞아준다.
가족 이외에 일본여행은 혼자 한다는 룰을 깨고 이번 여행은 조카와 동행했다.
조카가 중학생 때부터 대학에 가면 일본에 데려가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그 오래전 약속을 드디어 이행하게 된 것이다.
3박 4일의 일정이지만 아들만 키워본 데다 19살 여자아이의 취향도 모르겠고, 조카가 중. 고등학생 때 거의 만난 적이 없어 궁리를 많이 했다.
쇼핑취향과 식성도 물어보고 가고 싶은 곳 몇 군데는 정해오라는 명령(?)도 내렸다.
교회 다니는 아이라 절, 신사 방문은 배제하고 캐릭터 샵 쇼핑과 일루미네이션 구경으로 일정을 짰다.
본인이 선택한 아키하바라 구경은 살짝 실망스러워했지만 역 쇼핑몰에서 먹은 초밥이 실망을 충분히 만회시켰다.
도쿄 일루미네이션 명소 5곳 중 2곳을 찾았고 아름다운 불빛아래에서 우린 꼬마전구 수만큼
많은 사진과 행복한 감정을 쌓았다.
불 밝힌 도쿄 타워가 보이는 횡단보도 한가운데에서 사진도 찍고 도로 안전요원들의 재촉을 받으며 사람들과 휩쓸려 인도로 쫓겨나는 색다른 경험에 한껏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도쿄의 마지막 밤에 우린, 가로수 불빛이 한눈에 들어오는 카페에 앉아 조금 전까지 머물렀던 환상적인 풍경을 다시 한번 가슴에 꼭꼭 눌러 담으며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서로의 생각을 묻지 않은 채.
여행을 마친 후, 조카는 집에 잘 도착했다는 연락과 함께 좋은 추억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더해왔다.
내 생애 첫 해외여행지는 사이판이었다.
조카의 나이와 비슷한 때였다.
중학시절 단짝 친구가 괌으로 이민을 갔고 그 친구는 일찍 독립해 사이판에서 여행사를 하고 있었다.
친구의 제의로 가게 된 그곳에서 한 달의 시간을 머물렀다.
그때 받았던 느낌은 말 그대로 "새로운 충격"이었고 그 여행으로 내 삶은 크게 바뀌었다.
그 당시 사이판은 일본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였다.
그곳에서 만난 일본인들과 일어에 나는 마음을 홀딱 빼앗겼고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런 기회를 준 친구에게 지금까지도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물질적 선물이 아닌 추억이라는 선물의 가치에 대한 무게감의 크기를 깨닫는 기회도 되었다.
더불어 사이판은 나의 최고이자 최애여행지가 되었다.
아무리 좋은 곳을 가도 그곳 만한 곳이 없다.
힘들고 지칠 땐 그곳이 그리워지고 찾게 된다.
조카에게 내가 받았던 긍정적 충격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나의 의도가 제대로 들어맞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고모와 함께한 여행은 평생의 추억거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