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나의 목소리

by 윙크살짝

조직을 떠난 뒤,
나는 처음으로 내 목소리를
‘생각’이 아니라 ‘소리’로 듣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내 말투는 대부분
상황에 맞춰진 것이었다.

조심스러운 표현,
다듬어진 문장,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말들.

직장인의 말은 언제나
회사의 언어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내 안에서 전혀 다른 음색이 떠올랐다.

거칠고 단순하지만
이상하게도 더 진짜 같았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소리가 아니라
나에게 도달하기 위해 나온 목소리.

그게 바로
다시 태어난 나의 목소리의 시작이었다.


사라졌던 내 말투가

서서히 돌아왔다

예전의 나는 말을 할 때
늘 목적을 먼저 생각했다.

보고를 위한 문장인지,
설득을 위한 문장인지,
조율을 위한 문장인지.

말보다 목적이 먼저였고
목소리보다 역할이 앞섰다.


그러나 멈춤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말투는 조금씩 달라졌다.

부엌에서 물 끓는 소리를 들으며

혼잣말을 하고,
운전 중 창밖을 향해 불쑥 중얼거리고,
책을 읽다 마음에 남는 문장을
소리 내어 따라 읽었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아… 이게 내 목소리였구나.”

창밖4.jpg

누구도 평가하지 않는 자리에서만 나오는
노랫말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언어.

그 목소리는 오래전,
일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하기 이전에
내가 가지고 있던 바로 그 어투였다.


외부의 언어 대신,

내 언어가 다시

쌓이기 시작했다

직장에 있을 때 나는
보고서 문장을 잘 쓰는 사람,
명료하게 정리하는 사람,
말의 결을 다듬는 사람으로 불렸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때의 글과 말은 대부분
‘조직의 언어’였다.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 “정리하자면…”
· “향후 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 언어는 효율적이었지만
나라는 사람을 드러내지 않았다.

글쓰기.jpeg

퇴직 후
다시 쓰기 시작한 글,
다시 읽기 시작한 책,
다시 적기 시작한 짧은 메모들은
완전히 다른 결을 가지고 있었다.


문장은 조금 길어졌지만 숨이 편했고,
말은 느려졌지만 마음은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그 느림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 언어를 되찾고 있었다.


조용한 집 안에서 들려온

아주 작은 질문

어느 날 밤,
집이 고요해졌을 때였다.

나는 불이 꺼진 거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그때
아주 작은 속삭임 같은 질문이 떠올랐다.

“너는… 이제 어떻게 살고 싶니?”

누군가의 질문이 아니었다.
내 안에서 처음 나온 질문이었다.

내가 나에게 건넨
첫 번째 문장이었다.


그 질문에 바로 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 질문은 매일 조금씩 다른 음색으로
내 안에서 반복되었다.

산책을 할 때,
책을 읽을 때,
차 안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
밤에 누워 눈을 감을 때.

그때 깨달았다.

“내 안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태어나고 있는구나.”

그 목소리는
명확한 계획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하나의 방향을 가리켰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해도 되는 시간.’


목소리가 바뀌면 삶의 방향도 바뀐다

내가 달라진 것은
거창한 변화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내 목소리가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 더 솔직해졌다.
· 더 정직해졌다.
· 더 느려졌고, 더 깊어졌다.
· 더 이상 누구를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 무엇보다 나에게 거짓말하지 않았다.


목소리가 달라지면
선택이 달라지고,

선택이 달라지면
인생의 길이 달라진다.


그것이
내가 멈춤의 시간 속에서 깨달은
조용하지만 강력한 진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말하기 시작한다

조직에서는 늘
‘해야 하는 말’을 했다.


지금의 나는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해도 되는 말’을 하고,
때로는 솔직해서 조금 불편한 말도 한다.

그리고 그 모든 말에는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어 있다.


바로
나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다시 태어난 덕분에
나는 이제
앞으로 나아갈 문장을
스스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햇살3.jpeg


일요일 연재
이전 12화나와 화해하기 위한 첫 단계 : 나를 미워하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