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더로 보는 세상
집에 돌아오는 길
빨간색 신호등에 멈추어 섰다.
지난주에 건네받은 꾸깃한 종이가 더 구겨져 찢어질까 싶어
책에 고이 넣어둔 쪽지를 꺼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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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물이에요
종이를 얼마나 접었다 핀 건지 구석구석 구멍이 나있는 꼬재재한 쪽지를 선물 받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선물이라 해야 하는 건지..
집에 돌아가 바르게 접힌 쪽지를 펼쳐보니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중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을 꾹꾹 눌러 적은 필사였다.
주신 이는 큰 의미 없을 선물이었겠지만
내가 이런 고백을 받았다는 상상을 해보았더니 금세 마음이 몽글해졌다.
어디서 굴러다니다가 왔는지 모를 다 낡아 바랜 꾸깃하지만
이 접혀있는 모양새와 필사 뒤에 적혀있는 본질에 대한 고민의 낙서가 어쩜 이리 완벽한 건지
나 때문에 쓴 건 분명 아닐 테지만
세상에 이보다 더 완벽한 고백이 있으랴
"삿포로에 갈까요? 이 말은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이에요"
좋아한다. 사랑한다.라는 직접적 표현보다
이런 은유적 표현에 더 깊게 설렘을 느끼는 것 보니 내 나이가 차오르긴 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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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는 길
"우린 그저 결이 유사한가 보다" 생각했지만
가벼운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처음 겪는 이 당황스러움은
서로의 결의 유사함을 넘어선 마치 거울 앞 나를 마주한 기분마저 들었다.
단순 우연이겠거니 했던 우리들의 취향은
우연치고는 해석이 불가한 범위의 영역이었다.
애정이다.
나는 아마 처음부터 이 친구의 표현과 단어의 조합으로 나누는 대화를 애정하는 것이 맞는 듯하다.
내게는 없었던 그것을 선망하고 있음이었다.
의미 없이 지나쳐버릴 사람과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게 되고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는 중 의미가 있어져 버린 상황이랄까
당신의 온도가 좋다는 표현에 눈앞이 따뜻한 노란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