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개는 똥을 끊었다.

파인더로 보는 세상

by 로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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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살 전부터 흡연자였던 나는 햇수로 올해 금연 6년째 접어들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애연가였던 내가 금연을 하고 있다니

고등학교 시절의 장기기증 신청 다음으로 무척이나 잘한 일이 아닌가 싶다.


커피는 삶이었고

음주는 물이었다


더불어

담배는 숨이라 생각했는데

금연을 유지하고 있는 내가 그저 경이롭고 놀라울 따름이다.


실은 담배를 끊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6년 전 나는 공황과 우울증 그리고 칩거하며 은둔 생활을 심지어 놀랍게도 즐겼다.

즐겼다는 게 정말 즐겼다는 감정과 가까웠는데,

우울하고 싶었고 혼자 있고 싶었고 어둡고 싶었다.

그래야만 뭔가 완성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여기에 병원 주치의 말은 또 철석같이 잘 들어서 약도 꼬박꼬박 섭취했으며,

술은 되도록이면 끊으라고 하셨으나 참으면 오히려 병 된다는 스스로에게 핑계를 대며 술도 시원하게 함께 마셨다.

거기에 담배는 딸려오는 자연스러움이었으니

이 얼마나 혼돈이었는가?


어느 날

하루를 의미 없이 소비하고 있는데

유튜브에 어째서 이런 알고리즘을 탔는지 모르겠지만 "고독사" 관련된 영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독하게 죽는다는 뜻인가?


그렇게 한편. 두 편 그리고 세편 네 편 다섯 편 날이 새 동이틀 때까지 관련 영상을 전부 본 나는

내 주변을 휘휘 둘러보았다.


"크게 다를 것 없네?"

"그래 나도 언젠가 죽겠지"

"그러면 나도 누군가 정리해 주러 오시겠지?"


죽으면 모든 감정은 사라지겠지만 뭔가 모르게 죄송함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 선생님 노고가 많으십니다.

- 시원한 음료수라도 한잔 하시고 정리해 주셔도 괜찮습니다.


더 이상 인사 드릴 수 없는 무의 형태 일건대..


이제는 그만해야겠다 싶었다.

담배를 끊어야겠다 가 아니라 이제 더 이상 그만해야겠다는 감정이 솟구쳤다.

그 즉시 친한 형에게 전화해서 이 소식을 알렸다.


- 형 나 내일부터 담배 끊을 거야

"뭐? 개가 똥을 끊지 네가 담배를 끊어? 차라리 커피를 끊는다고 해라"


정말 나는 그다음 날부터 오늘까지 단 한 개비도 태우지 않았다.


"금단은 없나요?"

"술 마시면 생각나지 않나요?"


금단은 확실히 없다.

그리고 술을 마셔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건 거짓이고 2% 정도?? 생각이 나는 날도 있지만 나는 나를 잘 안다.


분명히 한 개비를 태우는 순간 "그래 어차피 태웠는데 뭐" 하며 또 끝장을 볼게 뻔하다.


태우는 행위의 습관을 억지로 참아내는 것이 아니라 태우는 행위의 습관을 멈추었다는 부분과 가깝기에

금단이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형 생각과 다르게 애연개는 똥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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