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밤바다

#여수 #여행

by 신푸름

막연한 생각 속에만 있던 '여수 밤바다'


장범준의 <여수 밤바다>를 들으면서 온 국민이 여수 밤바다 보는 것을 버킷 리스트로 꼽을 만큼 여수는 국내 최고의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영화 <한산>에 나왔던 이순신 장군이 부임하여 거점으로 삼고 왜군들과 해상전쟁을 펼쳤던 곳이기도 하다. 나도 대중심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막연히 가보고는 싶었다. 하지만 꽤 먼 거리로 인한 비싼 교통비 때문에 생각만 하고 있었다가 이번 여름휴가를 맞이해서 마음먹고 가보기로 했다. 숙소는 자리가 없을까봐 2주전부터 미리 알아보고 정했다. 제한적인 여행비용에서 잠만 자는 숙소에 너무 많은 비용을 들이지 말자는 생각에 게스트하우스 중 평이 좋고 깔끔한 곳을 찾아 예약했다. 다음은 여수를 편하게 돌아다니기 위해 차를 가져갈지를 결정해야 했다. 저번 제주도 여행은 버스 투어 덕택에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교통비용이 거의 없었다. 단점은 버스 투어의 코스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내가 여행코스를 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여수 곳곳을 더운 여름 햇살을 피해서 편하게 돌아다니기 위해 차를 가져가 보기로 했다. 주유비도 예상치를 계산해보니 제법 많이 나오고 너무 멀어서 운전하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까 걱정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무작정 해보기로 했다. 이 결정이 나에게 여수 여행의 첫 번째 고비가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폭우와의 사투

하늘에 구멍이 뚫려서 물폭탄을 맞으며 달린 현장을 사진은 제대로 담아주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여수 여행의 첫날 아침이 되었다. 출발지인 원주는 아침부터 비가 쏟아졌다. 지난 며칠 동안 중부지방은 예상치 못한 폭우로 인해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었는데 그나마 우리가 갈 남부지역은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여수로 내려가는 길은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은 나에게 그런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운도 없었는지 비구름이 우리가 이동하는 쪽으로 따라오는 듯했다. 운전하는 몇 시간 동안 폭우가 계속되면서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나 자신을 포함해서 같이 여행을 가는 여자 친구, 2명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는 생각과 옆에서 차들이 앞질러가면서 뿜어대는 물보라가 차 앞유리에 부서지면서 시야를 가리니 이거 정말로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으로 5시간이 넘도록 온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운전을 했다. 시간은 그래도 지나갔고 어느순간 우리는 바다가 보이는 도로를 달리면서 여수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순신 광장

이순신 광장에서 유명한 가게 3대장. 이걸 기다리면서 먹을 정도인가 궁금했다.

여수에서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이순신 광장이었다. 이순신 장군의 도시답게 광장 중앙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위엄 있게 서 있었고 가게 간판과 구조물, 도로명도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모든 단어를 조합해서 이름을 지은 것 같았다. 거북선대교, 이순신 광장로, 이순신 버거, 이순신 갈비탕 등등 이순신 장군의 이름은 저작권 걱정 없이 어디든지 쓰이고 있었다. 광장에는 유명 관광지답게 사람들이 무척 많았고 광장 근처 유명한 빵집, 바게트 버거 가게 앞에 사람들이 긴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긴 줄을 서고 있는 가게 3곳 모두 여수 오기 전에 미리 찾아봤던 가게였는데 대기인원을 보고 먹는 건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했다. 중심지라서 사람이 어딜 가나 많았기에 어디서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쓰지 않기로 했다. 광장 근처에 있는 초계국수와 막국수를 하는 집에서 막국수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숙소를 갔다. 숙소 주차장소가 제일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숙소에서 임시주차장으로 쓰는 곳을 안내해주셔서 주차난을 겪지 않아도 되었다.



그림정원 게스트 하우스

그림 정원 게스트하우스

우리가 예약한 '그림정원 게스트하우스'는 골목 사이에 위치해 있었다. 덕분에 인적이 드물어서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첫인상부터 마음에 들었다. 짐이 가득 든 캐리어를 2층으로 낑낑거리면서 올리고 배정받은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주인분께서 미리 에어컨을 틀어 놓으신 덕분에 시원함이 확 느껴졌다. 이런 세심한 배려가 매우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니 장시간 운전으로 긴장했던 몸이 노곤해지면서 피곤함이 온몸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다음 일정을 바로 가고 싶었으나 숙소에서 충전을 하고 가야 할 필요성을 강력히 느꼈다. 막상 침대에 누우니 잠이 오지 않아서 다음에 갈 곳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다가 어느 순간 핸드폰이 손에서 떠남을 느끼며 기억을 잃고 잠이 들었다.



여수해상케이블카

여수해상케이블카에서 바라본 오고 가는 케이블카 모습

눈을 떠보니 해가 지고 어둑해져서 너무 많이 잤나 놀라서 일어났다. 다행히 다음 일정으로 생각했던 여수해상케이블카를 탈 시간이 충분함을 알고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뒤척이다가 자산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오니 고개를 살짝 들어 위쪽에 정류장이 위치해 있었다. 케이블카는 따로 온라인 예약을 할 수 없어서 무인매표소에서 크리스털 캐번 2인 왕복을 구입했다. 탑승 후기들을 보면 케이블카는 꼭 크리스털 캐번을 타보라는 권유 글이 많아서 이왕 온 김에 조금 더 돈을 주고서라도 멋진 체험을 하자는 생각으로 크리스털 캐번을 구입했다. 대기 줄은 꽤 길었는데 케이블카도 건너편 돌산 정류장을 빠른 속도로 왕복하면서 금방 들어와서인지 배차간격이 상당히 짧은 편이었다. 자산 정류장에서는 일반 캐번은 최대 8인승, 크리스털 캐번은 최대 6인승이라고 안내는 했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인원수를 맞추지 않고 같이 온 일행끼리 탈 수 있게 안내하셨다. 덕분에 넓은 자리를 여자 친구와 2명이서 즐길 수 있었다. 케이블카는 정류장에서 천천히 움직이면서 사람들이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게 했다. 탑승할 때는 정류장 안에서 천천히 이동해서 속도 체감을 하지 못했는데 정류장을 벗어나니 바로 가속을 해서 초반에는 살짝 무서웠다. 곧 옆 유리창과 바닥이 보이는 유리창으로 여수의 화려한 아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안가를 따라 형성된 포차 거리의 밝은 빛이 바닷가를 따라 늘어서 있는 모습이 예술이었다. 중간중간 섬을 잇는 다리들도 형형색색의 불빛을 내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간간이 내리는 빗줄기가 유리창에 맺혀서 아른함도 자아냈다.


돌산대교의 야경

건너편 돌산 정류장을 나와 바로 앞에 있는 돌산 공원으로 가면 돌산대교 준공기념탑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돌산대교가 위치해 있다. 사진 찍기에 너무나 좋은 곳이었지만 이곳을 배경으로 여자 친구를 찍어준 내 손이 오늘따라 원망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움을 잘 담아낼 수 없었다. 예전에 갔던 제주도만큼이나 눈으로 보이는 감동을 여자 친구를 포함해서 사진으로 담기에는 무리었다고 생각한다. 날이 밝고 날씨가 좋으면 또 한 번 타보고 싶다고 여자 친구와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숙소로 복귀, 그리고 생각


숙소에 복귀하기 전에 저녁을 먹지 않아 숙소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히 먹을거리를 사서 숙소 로비에 자리를 잡고 간단히 배를 채웠다. 로비가 있는 게스트하우스의 장점은 개인 공간이 넓진 않지만 이런 공용공간에서 잠깐이나마 마주치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이런 다양하고도 복잡한 사회 속의 구성원 중 하나구나, 여행이 주는 자유로움과 함께 모순적인 소속감도 느껴져서 안정이 든다고 해야 하나.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앉아 글이 막히면 창문을 내다보면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이동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생동감에 힘을 받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1일차 여수 여행을 마무리한다.

이전 10화시속 30km가 주었던 여유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