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북 만들기, 마무리

키워놓은 불씨를 꺼뜨리지 않도록!

by 신푸름

6회차로 진행된 포토에세이북 만들기 워크숍이 끝났다.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초심을 찾고자 하는 굳은 마음으로 참여한 수업에서 여러 가지를 느끼고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친화력이 좋은 편은 아니기도 하고 수업 성격상 글을 쓰다 보니 수업 내에서 서로 대화하는 일이 많이 없어서 워크숍에 참여하신 분들과 많이 친해지진 못했지만 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그 사람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 수 있어서 신기했다. 글 속에 글쓴이, 그 사람이 담겨 있다며 재밌어하는 작가님의 말이 와닿았다. 이것이 에세이가 가진 재미가 아닐까?


첫 수업을 위해 들어선 모임 장소는 2년 전 보건소 일을 하면서 점심마다 들렀던 카페였기에 굉장히 익숙했다. 직장을 옮기고 나서도 휴가 때 시간이 되면 반드시 방문하는 나만의 아지트 공간 같은 곳이었다. 오랜만에 뵌 에세이 교실을 진행하실 작가님과 반갑게 인사했다. 카페 안쪽에 마련된 자리에는 아직 아무도 도착하지 않았다. 작가님이 진행하실 자리가 잘 보일 수 있는 곳으로 앉았는데 이 자리가 워크숍이 끝날 때까지 나의 고정 자리가 되었다. 시간이 되어감에 따라 카페는 워크숍에 참여하시는 분들로 붐비기 시작했고 자리가 다 차고 나서야 참여한 사람 중 남자는 나 혼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금 머쓱하긴 했지만 포토에세이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만난 만큼 성별은 큰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어색한 마음을 잘 달래보기로 했다. 전에는 사람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불편한 감정이 들면 눈치보다가 조용히 자리를 뜨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워낙에 커서 자리를 뜨지 못하도록 엉덩이를 무겁게 만들었다.

20221007_182802.jpg 포토에세이만들기 워크숍 모임 장소 카페

자기소개를 간단히 하는 시간을 가지고 나서 참여자분들 중 절반 정도는 이미 글을 계속 써오신 분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미 책 몇 권을 내신 분들도 포토에세이라는 흥미로운 콘텐츠에 끌려 신청을 하셨다고 했다. 어떤 분은 그냥 '포토'라는 글자만 보고 사진 찍는 곳인 줄 알고 왔다고, 이렇게 모여서 글 쓰는 자리인 줄 몰랐다면서 호탕하게 웃으셨다.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도 있었고, 어느 학교 교사님도 계셨고, 돈가스 가게 사장님도 계셨다. 각자 치열하게 하루를 살고 저녁엔 쉬고 싶을 텐데도 글 한번 써보기 위해 이 자리로 모였다는 것이 대단해 보였다. 첫날에는 작가님께서 준비하신 여러 가지 형태의 에세이를 직접 읽고 느낀 점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발표는 대학교 교양과목 때 개별 발표했던 이후로 10여 년 만에 처음이었다.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게 왜 이리 부끄럽던지. 누구의 느낀 점이 틀리다고 평가할 수 없는데 괜히 멋진 표현을 써야 수준 있어 보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다른 사람들이 내 생각을 안 좋게 생각할까 봐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 생각을 조리 있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구나 느꼈다. 그래도 계속 억지로라도 내뱉다 보니 몇 편 읽고 나서는 점점 자신 있게 느낀 점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포토에세이의 주제는 자유였다. 어떤 글을 쓰던지, 어떤 형식으로 쓰든지 자유로웠기에 오히려 무언가 결정하기가 더 어려웠다. 느끼는 것이 거의 없는 반복되는 삶 속에서 어떤 걸 써야 할지 고민하다가 '내가 제일 잘 쓸 수 있는 것을 쓰자. 나에 대해서!'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해서 잘 안다는 것은 평생의 숙제 같다고 생각한다. 누가 자신에 대해서 확실히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 숙제를 평생 풀어나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위로하는 편지를 쓰기로 했다. 과거의 너는 지금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그 결과물인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다. 방향을 정하니 글이 생각보다 술술 써져서 신기했다. 그동안 글을 쓰려고 메모장만 열어놓고 멍하니 있다가 끄길 반복한 지 1달은 되어가는데. 누가 마음속 아궁이에 불씨를 집어넣어 조금씩 뜨겁게 타오르게 하듯 열정이 생기는 것 같았고 집중해서 써 내려가다 보니 한 편의 에세이를 금방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게 끝은 아니었다. 여기까지는 불모지에서 원석을 하나 조심스럽게 캐낸 것과 다름이 없다. 이제는 퇴고의 작업으로 다듬어서 반짝이는 보석으로 만들 차례이다.

1666354547608.jpg 다른 분들이 쓴 글을 읽으면서 느낀점 나누기 중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면서 글을 다듬다 보니 '미래의 나는 지금보다 나은 모습이지 않을까? 그런데 어린 내가 하는 말이 힘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살이 어린 녀석이 나에게 훈계하듯이 이야기하는 건 웃길 것 같았다. 지금보다 10년 치의 세상 풍파를 겪으면서 충분히 깎여 나갔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미래의 나를 생각할 때 어떤 감정이 먼저 올라오는지 집중했다. 나는 나를 '위로'하고 싶었다. 지금의 나도 옆에 있어주는 몇몇 사람들 외에 칭찬과 응원을 받을 일이 거의 없다. 나이가 들수록 그럴 일이 점점 없어질 것 같았고 10년 후의 나는 더더욱 그럴 것 같았다. 많은 것을 이루느라 고생한 것에 대한 위로와 칭찬, 응원을 해주고 싶었다. 편지는 보통 다른 사람의 안부를 물으며 할 말을 하기위해 쓰기만 이번에는 타인이 아닌 나를 위로하고 칭찬해주는 편지를 써보고 싶었다. 그러한 감정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초고(草稿)의 문체를 바꾸고 단어도 신중하게 선택했다.


에세이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보는 글이기에 마무리도 일기처럼 개인 생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영향력을 주는 말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 에세이는 나에게 초점을 맞추어서 온전히 나에게 하는 말로 쓰기 위해 '나만' 생각하기로 했다. 희소성 있는 경험은 공감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30대 청년들의 모습이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런 솔직한 편지가 나와 처지가 비슷한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며칠의 고생 끝에 글을 완성하게 되었고 워크숍의 다른 분들도 자신의 글을 완성하고 모인 날을 맞이했다. 그날은 돌아가면서 자신의 글을 읽고 그 글을 들은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는 시간이 있었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진심이 다른 분들에게도 잘 전해진 것 같았다. 호흡이 너무 긴 문장과 몇몇 단어 선택에 대한 조언을 해주셔서 집에서 내가 쓴 글을 다시 몇 번을 읽어보고 고민하면서 고쳐봤던 것 같다.

20221028_185638.jpg 북 바인딩을 하기 위한 많은 재료들

최종적으로 워크숍을 주관하셨던 청년분께 원고를 메일로 보내드리고 나서 큰 숙제를 해냈다는 생각에 홀가분함을 느꼈다. 정말 오랜만에 글 하나를 가지고 며칠을 고민하면서 다듬어봤다. 이번 에세이는 나에 대해서 쓰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볼 것이라 생각하니 내 의도가 오해 없이 전달되게 하려고 노력했다. 제출한 글은 편집 담당자를 통해 시중에 출판되는 책처럼 원고가 편집되어서 나왔다. 그 원고를 가지고 마지막 시간에 북 바인딩을 통해 튼튼한 표지에 실로 엮어서 세상에 하나뿐인 책을 완성시켰다. 서점에 나오는 책들처럼 반듯한 제본과 출판은 아니었지만 한 권의 책을 완성시키기까지 다른 작가들이 거치는 고민과 고뇌를 조금이라도 알게 된 것 같아서 귀중한 경험을 해보았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나도 내가 만든 글을 모아 책을 만든다면 이런 느낌일까…. 상상해보기도 했다.


마무리 모임에서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했던 말은 에세이 한편을 만들기 위해 많은 고생을 했지만 결과물을 보니 너무 뿌듯했다는 것이었다. 글을 처음 써보신 분들도 이번을 계기로 글을 더 쓰고 싶다면서 이런 기회가 자주 없음을 아쉬워하셨다. 처음에 글쓰기라고 하면 '나 같은 사람이 글을 뭘 쓰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한편 만들어내면 잘 썼든 못 썼든 자신감이 생긴다. 글 중에서도 에세이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정리해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자기 수양도 되는 것 같고 편하게 쓸 수 있어 좋다. 나도 작년부터 브런치에 하나씩 써 올리는 글이 50개가 넘어간다. 많은 글이라고 할 수 없고 정말 좋은 글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꾸준히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증표라 생각한다. 점차 글과 함께 나 자신도 성장하는 하루를 보내면 되지 않을까.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마음이 무척이나 가벼워졌다. 앞으로의 나의 모습이 기대가 되어서일까. 얼른 집에 가서 이런 마음도 글로 적어보려는 생각에 발걸음마저도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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