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북 만들기, 시작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에 불을 지피기 위해

by 신푸름

▶ 부진했던 글쓰기, 움츠러든 열정


글을 써보려고 앉은 책상 앞에서 한참 동안 손가락이 움직이질 않았다. '이번엔 무엇을 써야 하나...' 밀려있던 휴가를 10월 한 달 동안 몰아서 많이 쓴 덕택에 혼자 다니는 여행과 완주해보고 싶던 둘레길도 돌아보았다. 많이 걷고 많은 걸 보고 와서 글을 적어 올렸다. 덕분에 글감도 많이 생기고 글도 주기적으로 쓰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경험들을 다 올리고 나니 무엇을 써야 할지 다시 막막해졌다. '나는 내 일상에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글을 쓸 수 없는 걸까?' 이런 생각이 앞으로 계속해서 글을 쓰겠다는 자신감을 작아지게 만들고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한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 올해 8월과 9월이 그 시기다. 추석 연휴를 대비해서 일하고 있는 병원에서 주문하는 한약품의 양이 어마어마했었다. 상당히 많은 양을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하루도 안돼서 밑 빠진 독처럼 창고가 텅텅 비는 마법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주문서를 결제가 다 될 때까지 기다려서 넣으면 환자분들이 주문하는 수요량을 따라갈 수 없어서 미리 업체에 전화로 선주문을 해야 했다. 나중에 주문서 서류와 거래명세서, 총무과에 넘길 검수조서 서류 등 모든 서류가 빠지는 부분이 없어야 후에 있을 감사에 문제가 없기에 숫자 하나, 금액 하나에 신경이 곤두서서 일할 수밖에 없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피곤함에 글 쓸 생각도 들지 않았다. 반복되는 삶. 일에 지배되어 자아가 없는 삶. 그런 삶 같았다.


본래 내가 에세이를 쓰려고 했던 이유가 말로는 잘 표현하지 못하는 내 마음을 글로 써보면서 정리해보려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드러내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를 위한 글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글을 쓰기 시작한 초반을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는 지금보단 바쁘게 살지 않아서인지 감정은 지금보다 풍부했던 것 같고 무엇을 보더라도 여러 가지 생각들이 퍼져나가서 어떤 것을 잡고 글을 쓸지 고민이 될 정도였는데. 이제는 생각들이 생명력을 잃은 듯이 더 이상 퍼져나가지 않고 움츠러든 지 오래되었다.


▶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


2년 전쯤 보건소에서 일할 때 점심시간마다 방문했던 카페가 있었다. 점심 먹으러 나왔다가 조용한 곳에서 커피 한 잔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람들이 잘 안 다니는 골목 쪽으로 들어온 덕택에 만난 카페. 간판이 없어서 여기가 카페인가 싶었는데 열린 문으로 흘러나오는 고소한 원두의 향기가 그 의문을 해결해주었다. 높지 않은 천장에 가정집보단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공간. 카페가 연지 얼마 되지 않아서 손님도 많이 없었다. 카페 안에는 책장이 한쪽 벽을 채우고 있었고 심지어 화장실에도 책장이 가득했다. 참 신기한 카페라고 생각하면서 커피 한 잔을 시켰는데 사장님께서 커피 한 잔을 더 갖다 주시면서 다른 원두로 만든 커피인데 맛의 차이를 느끼면서 한 번 시음해보라고 하셨다. 공짜 커피는 마다할 수 없지, 하면서 커피 두 잔을 연달아 마셨다.

KakaoTalk_20221010_102743189.jpg 처음 만난 카페에서 마신 첫 커피

이전에 나에게 커피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카페에 잠시 있는데 자리만 차지하기 죄송해서 마지못해 시키는 한 잔, 식후에 허전함을 달래는 한 잔, 이 정도의 의미였다. 여러 카페를 다녀봤지만 사실 맛의 차이를 생각하면서 마셔본 적은 없었다. 그날 컨디션 따라 유독 쓰게 느껴진다, 물을 많이 타서인지 맹맹하다 등의 느낌만 들었을 뿐이다. 뒷 끝 맛이 살짝 다른 커피의 차이를 처음 방문한 그 카페에 가서 처음으로 느껴봤다.

'커피도 신 맛이 있네? 달달한 초콜릿 맛도 살짝 나네?'

신기함에 향도 다시 맡아보고 커피 색깔도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그냥 지나갈 수 있었던 일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된 오랜만에 느껴보는 신선함이었다.


그 뒤로 점심시간에 시간이 될 때마다 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조용히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가는 것이 하나의 일정이 되었다. 사장님께서 작가님이셨고 여러 책들을 쓰시고 여행도 많이 다니시면서 자유롭게 글을 쓰시는 멋진 분이심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시간이 더 지나서는 작가님께서 주관하신 에세이 교실도 짧지만 몇 번 나가보면서 나에게 글쓰기란 어떤 의미인지도 생각해보고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형식인 에세이를 본격적으로 써보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브런치라는 글 쓰는 플랫폼도 작가님께서 소개해주셔서 에세이 교실에서 써놓은 글들로 작가 등록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다.


▶ 기회, 새로운 시작


글쓰기에 주춤한 시기, 갑자기 카톡창에 새 단톡방이 만들어졌다. '누가 날 초대했지?'라는 생각에 채팅 목록에 뜬 채팅창 명단을 보니 작가님이 포함된 소수의 인원들이 보였다. 오랜만에 연락이 오신 것이라 모르는 분들이 많은 방이었지만 무작정 들어갔다.

KakaoTalk_20221010_105829850.jpg 오랜만에 온 작가님의 첫 말씀. 화난 튜브라고 나온건 카톡 보안상 캡쳐 옵션에 따른 랜덤한 프로필 네임이다.


'생을 찬미하고 싶은 날이지요?'


이렇게 시작하는 짧은 글이 처음 올린 말씀이셨다. 역시 감성이 풍부한 작가님이시다, 나는 지금 내 생을 찬미할 감성은 아닌데... 괜히 머쓱해지게 만드신 글을 올리신 취지는 포토에세이북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하는데 시간이 되면 참여해보시라는 것이었다. 저번에 작가님이 하셨던 에세이 교실도 참여했다가 한동안 코로나가 심해지고 다니고 있는 병원 상황상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해달라는 병원 공고문도 나와 더 이상 나가지 못했었던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끝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워크숍 참여에 선뜻 손이 가질 않았다. 채팅방에서는 다들 각자의 사정으로 못 나간다, 아쉽다, 여러 말들이 오고 갔고 내 마음도 갈팡질팡 하면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면서 작가님이 올리신 워크숍 포스터를 다시 보았다. 워크숍 내용에는 이렇게 나와있었다.


'에세이 작성부터 사진 촬영 및 북바인딩까지 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직접 만들어봅니다.'


나의 이야기. 이 단어가 내 마음을 잡아주었다. '해보자! 그냥 일단 해보자!' 앞 뒤 생각하지 말고 일단 신청해보기로 했다. 나의 이야기를 담는다니. 내가 에세이를 쓰려고 했던 큰 이유와 일치했기에 더 마음이 끌렸던 것 같다. 인터넷으로 신청서 폼을 작성해서 업로드하고 결과를 기다리면서 두근거림이 커졌다. 여행하면서 느꼈던 새로운 경험에 대한 설렘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전에 에세이 교실 하면서 준비물로 챙겼던 200자 원고지와 필기구들을 미리 준비를 했다. 원고지에 글을 쓴 것도 에세이 교실을 그만두면서 끝이 났었다. 원고지 위에 조금 쌓였던 먼지를 불어내면서 내 마음에 쌓였던 불안감도 후후 불어 내보았다. 생각보다 내 불안감은 먼지처럼 가벼웠나 보다. 다음날 참여를 확정지어도 되는지, 6회차 수업을 다 참여가능한지 확인하는 전화가 왔고 가능하다는 내 대답과 함께 10월의 또 다른 새로운 일상이 준비되었다. 기대감으로 가득찬 수업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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