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저 혼자서 둥글어 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 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달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대추 한 알>, 장석주
1.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는 충의의 상징이다. 유비가 서주 소패에서 조조에게 패하고 난 뒤 의형제 유비, 관우, 장비는 각기 다른 곳으로 도망쳐 흩어졌다. 조조 진영에 머물러 있던 관우는 어느날 유비가 원소 진영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의가 가득담긴 편지를 보낸다. 중국은 관우에 대해 굉장히 호의적인 모습을 보인다. 시대가 지나면서 관우에 대한 중국의 대우는 관우를 신격화시키기 까지 이른다. 중국이 빨간색을 좋아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 이 부분까지도 관우의 용모에 투영을 시켜 <삼국지연의>에서는 관우의 얼굴이 붉은 것이 마치 대추와 같다고 하면서 많은 사람이 흠모할 만한 요소를 잔뜩 밀어주었다.
2. 한방약재를 매일 보는 나에게 대추는 건조를 시켜서 쭈글쭈글한 모습이 대부분이다. 한약재의 대추는 '대조(大棗)라고 주로 쓰인다. 알고보면 뜨끈하게 보양식으로 먹는 삼계탕, 달달하면서도 고소한 약밥, 그리고 많은 탕약 처방 대부분에 대추가 들어간다. 한약재에 대해 전문적으로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일하면서 알게된 대추는 따뜻한 성질이 있어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겨울에 대추차를 끓여서 많이 먹는 것이 감기 증상 개선에도 좋고 면역력도 높여준다. 또 감초와 비슷하게 모든 약들을 조화시키는 역할을 해서 약의 독성을 줄여준다.
3. <대추 한 알>이라는 시처럼 작은 씨에서 나무가 되어 서서히 무르익어 단맛을 내는 대추가 열리기 까지 대추가 맞이하는 계절의 변화, 시간의 변화를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셀 수 없는 자연현상을 개수로 표현해서 작은 대추에 담아둔다고 하는데 현실에서는 재앙인 태풍, 천둥, 벼락, 번개가 소소하고 아기자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격정적인 에너지가 그 안에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어두운 밤도 들어있고 햇빛도, 초승달도 들어있다고 하면서 시간의 흐름도 표현했다.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것은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러가지 격정적인 일들을 경험하고 이겨낸 사람은 마음이 단단해지고 튼튼해져서 웬만한 일에 흔들리지 않는다. 관우도 대춧빛 얼굴만큼이나 흔들리지 않는 충의를 보인다. 어찌보면 많은 것을 경험한 대추가 많은 약재료를 조화롭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