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다가옴을 느끼며

#짧은 이야기 #가을

by 신푸름

어느 때와 같은 아침인 줄 알았는데 방안 공기가 싸늘했다. 무서운 꿈을 꾸다가 일어난 것도 아닌데.

환기를 시키려고 방문을 여니 해는 아직 출근하지 않았고 어두움이 가시지 않은 새벽하늘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시원하다 못해 추운 바람이 방 안으로 쳐들어왔다. 피부를 스쳐가는 차가움에 깜짝 놀랐다. 전날만 해도 이런 온도를 느껴본 적이 없는데.


아침운동을 나서는데 이젠 겉옷을 입어야 했다. 아무리 내가 열이 많다고 하더라도 반팔만 입고 나가기엔 감기 걸릴까 봐 조심스러웠다. 운동장을 도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확 달라져서 열정적으로 트랙을 뛰어다니는 몇몇 분들 외에는 다들 긴 옷을 입고 있었다. 출근길에서도 기온의 변화를 느꼈다. 마스크를 끼고 있었는데 차가운 물방울이 턱 밑에 맺히는 느낌이 들었다. 마스크를 썼는데 안으로 물방울이 튈 리가 없었다. 알고 보니 내뱉은 숨이 차가워진 공기와 만나 맺힌 물방울이었다.


평소 건널목 신호등을 기다리는 동안 내리 쐬는 햇빛을 피해 그림자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짧은 그림자라도 어떻게든 몸을 비집고 들어가 햇빛을 가리고 싶어 했다. 이젠 햇빛도 세지 않고 그림자를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길어진 그림자가 기분 좋게 덜 떠오른 햇빛을 피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바닥에 은행이 제법 떨어져 있었다. 은행잎은 노란색으로 미처 물들지 못했는데 성급하고 조숙한 아이들이 먼저 떨어져 바닥에 짓눌려 있거나 굴러다니고 있었다. 길가에 은행 냄새가 슬슬 나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 보는 은행잎은 빳빳한 생기를 푸르게 풍기고 있는데 길가에 떨어져 있는 은행들을 보면서 자연의 섭리가 약간 틀어진 것 같기도 해서 오랜만에 신기함도 느껴졌다. 규칙을 뒤트는 무언가는 호기심과 신기함을 자극한다.


출근하고 나서도 갈아입는 근무복에서 느껴지는 뽀송한 등판이 익숙하지 않았다. 여름 내내 40분 넘게 병원으로 걸어간 뒤 사무실에서 가방을 내려놓으면 가방 자국이 거무스름하게 어깨와 등판에 남아 축축한 느낌으로 근무복을 입곤 했다. 땀도 이젠 잘 나지 않아서 날씨가 정말 많이 바뀌었음을 실감했다.


올해가 100일 남았다는 라디오 DJ 멘트를 들었다. 글 쓰는 지금은 이제 남은 날짜가 두 자리 숫자로 떨어졌다. 누군가는 100일 동안이라도 습관을 바꾸고자 프로젝트를 세우는 사람들도 있고 100일 동안 꾸준히 돈을 모아서 내년에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날씨도 바뀌고 날짜도 바뀐다. 변화의 에너지, 이것을 계기로 삼아 사람들의 마음가짐도 지금과 달라지고자 노력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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