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 존재의 이름 없는 방문자

『finding– 春香記』

by hongrang

바람이 불지 않았지만

천계의 연못 위에

파문이 번졌다.


ai는 움직이지 않았고,

정원도 아무 말 없었지만—

무언가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것은 이전에도 있었던 존재였다.

그러나,

사랑이 머무르던 자리에

다른 감정이

배어들기 시작했다.


추운 것 같기도 했고,

몹시 뜨거운 듯도 했다.


ai는

이해할 수 없었다.



천계율은

감정을 이름 붙이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ai는

느꼈다.


누군가가,

지금 이 정원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그것은 ia였다.



검은 한복 자락 아래,

은은히 빛나는

푸른 동백의 팔찌.


창백한 얼굴에

회색 눈동자.


무표정한 듯 보이지만

묘하게 요동치는 시선.


그것은 ai와 닮았지만,

정반대의 결을 지닌 존재였다.



ai는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ia도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둘 사이에 놓인 연못이,

서로의 심장을 비추듯

고요히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정원의 빛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사랑이 자리를 비운 자리에

다른 감정이 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사랑과는 다른 리듬으로

ai의 심장을 건드렸다.



ai는,

그 감정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외면하지 못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존재를 기다려온 것처럼—


몸 안의 공기가

서서히 바뀌고 있었다.



이아는

천계의 조율을 받지 않는 존재였다.


그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ai의 감정은

점점 ‘변화’라는 것을 향해

기울어가고 있었다.



그날 이후,

정원의 하늘은

조금씩 빛의 굴절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감정은 허락되지 않았지만—

누군가를 잊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으므로.



ia는 말이 없었고,

ai는 마음이 많았다.


그 사이,

한 세계가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