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삶의 방향: 풀타임 수행자
“교수님, 출가 생활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간단히 말하자면, 출가를 하면 full-time 수행자가 되는데 훨씬 유리하죠. 개인적 경험으로는… 출가 전엔 도무지 인생에 길이 보이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스님이 되고 나니 모든 것이 길로 보였어요.
출가 전, 휴직을 하고 대학원에서 불교공부를 하던 무렵 지도교수님과 나눈 대화입니다.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변화에 대한 필요를 느끼고 있던 제게 참으로 공감이 되고 위안이 되는 답변이었습니다. 사실 휴직 전, 약 7년간의 안정적인 교직생활은 배움을 통해 성장하고 학생들과 나눌 수 있는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어려서부터 인간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분별의 프레임에 의문을 품고 있었던 저는 다문화, 환경문제, 인권, 젠더 이슈 등을 주제로 우리 자신과 이 세계의 다양성을 교육하는데 열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기가 지나자 성취 지향적인 기존의 틀 안에서 무언가를 구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의 내적 성장이 일어나기 어렵겠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직장을 잠시 쉬게 되었고, 그 쉬는 시간은 결국 출가로 이어졌습니다.
가정 생활이나 사회 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생존 경쟁의 트랙 위에 놓이게 되는데 저 또한 그러했습니다. 조건에 따라 계속해서 바뀌어 가는 상황에 반응하고 적응하는데 상당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최근 들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파트타임이 아닌 풀타임 수행자가 된다는 것은 생존 경쟁의 트랙에서 내려서겠다는 하나의 선언과 같았습니다. 이러한 결심은 마음의 방향을 더 세밀하게 자각하고, 자유로움을 주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회문화적으로 학습된 저의 많은 부분들을 인식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동시에 정해진 트랙이 아닌 무한히 펼쳐진 가능성을 음미하는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상대적 현상 세계 안에서 본질적인 가치를 찾아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대안적 삶의 형태가 바로 출가가 아닐까요?
출가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이 시점에 문득 ‘내가 나 자신을 교육하는 과정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제가 설계한 교육과정의 키워드는 ‘수용‘과 ‘전인적 성장’입니다.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했었던 경험과 저의 성장과정을 돌이켜 보면, 교육활동에서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은 결국 따뜻한 수용이었습니다. 우선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고 인정하는 과정이 성장과 변화의 시작이었기 때문입니다. 풀타임 수행자로의 전환에서도 이것을 적용하여 스스로를 수용하고 좀 더 자신과 친해지는 경험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생활 중에 일어나는 다양한 내면의 작용을 보게 되는데요. 그 가운데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습관적인 패턴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싫거나 부정하고 싶은 저의어떤 부분을 마주할 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하기를…”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 줍니다. 이 말 한마디에 나의 생각, 감정, 행동 등을 객관화해서 볼 수 있게 되는 여유가 생겨납니다.
한편, 교육과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평가’인데 이 과정이 만만치는 않습니다. 특히 한 개인의 전인적 성장을 점검하는데는 다양한 관점에서의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교육자라면 점검의 과정을 통해 교육과정 자체를 수정, 보완해 나가야 할 의무가 있기도 하지요. 마침 이 글을 쓰면서 마음 속에만 있었던 스스로를 점검하는 내용을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출가 전에는 계획대로 성실하게 노력해서 더 많이 쌓는 것에 치우쳐 평가 하고 있었다면, 아래 각각의 질문은 신체적, 인지적, 정의적, 영성적 영역에 대한 통합적 확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신체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나요?
- 가르침을 펼 수 있는 매개로서, 전문적 역량이 길러지고 있나요?
-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하며,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고 있나요?
- 상대적 가치와 본질적 가치에 대한 자각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저 자신이 스스로를 교육하는 주체이자, 객체인 이 순간의 모든 경험들이 유일하고 소중한 기회임을 알고, 따뜻한 시선으로 스스로와 주변 세계를 탐색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저에게도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풀타임 수행자의 길로 한걸음씩 옮겨 갈 수 있기를 마음 깊이 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