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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늦기 전에 Feb 14. 2022

아무리 힘들어도 가족과 떨어져 살지 마라

집 가(家) 겨레 족(族)에 대하여

  가끔 처갓집에 가서 저녁을 먹는다. 그날도 함께 저녁 식사와 함께 간단히 반주를 마시며 직장과 가족, 그리고 미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 "장인어른, 일단 저희는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 조금 힘들더라도 나중에 후회 안 하게끔, 둘이 행복한 길을 찾겠습니다."


  혹 '우리의 계획이 마음에 안 들어하시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하며, 답변을 기다렸다. 하지만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장인어른] "그래 김서방, 다른 건 몰라도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둘이 떨어져 살지는 마라. "


  알고 보니 장인어른께서는 자녀들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계셨다. 장인어른은 아내가 어린 나이일 때부터 가족과 떨어져 혼자 객지 생활을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아내와 처제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들이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다고 했다. 특히 처제의 사춘기 때 방황을 잘 잡아주지 못한 것이 한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내에게도 맏이라고 너무 큰 부담을 준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했다. 지금 아내가 몸이 약한 것이 다 본인 탓이라며 미안해하셨다. 뒤늦게 깨달으셨다고 한다. 비록 조금 덜 벌더라도 함께 살 맞대고 살아야 그게 가족이고, 그게 행복이라고. 물론 지금은 너무나 행복하지만, 그때의 공백은 무엇으로도 메꿔지지 않는 것 같았다.


  장인어른께 '저도 가족에 소중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라고 말씀드렸다. 우리 부부는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더라도 함께 할 거라고도 말씀을 드렸다. 나 역시 모름지기 가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연안어선을 타셔서 한 달에 일주일 정도만 함께 할 수 있었다. 이외에는 늘 혼자였다. 엄하고 무서운 아버지였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오는 날을 기다렸다. 그때만큼은 가족이 생겨 좋았고, 남들처럼 부모가 생기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홀로 지내는 것이 익숙해진 어느 시점부터는 아버지가 오는 날이 불편해졌다. 아버지가 올 때면 자유롭던 삶의 패턴이 망가지는 기분마저 들었다. 기상여건 때문에 오시지 못하는 달에는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서서히 가족 간의 연결고리는 사라졌고, 아버지와 나 사이에는 커다란 벽이 생겼다.


  이후 아버지가 배 타는 일을 그만두고 함께 살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관계가 너무 멀어져 있었다. 대화는 단절되었고, 불만은 쌓여갔다. 아버지는 사춘기 소년의 방황을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홀로 된 중년의 외로움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때문인지 아버지는 병에 걸렸고,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뒤늦게 아버지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지만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이미 아버지가 떠난지도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지금도 가끔은 '아버지가 배를 타지 않았더라면...' 하는 뒤늦은 가정을 해보곤 한다. 경제적으로는 더 힘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외롭게 마지막을 맞이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도 친한 친구 같은 부자관계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후회는 언제나 남은 자의 몫이고, 부질없는 후회는 항상 이렇게 괴롭다. 나는 내 아내, 그리고 훗날 태어날지 모를 내 자녀와 결코 떨어져 살지 않을 것이다. 힘들고 괴롭더라도 함께 이겨낼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갑자기 영화 <광해> 속 대사가 생각난다. 국민의 목숨보다 사대의 예를 중시하는 신하들에게 왕은 이렇게 말한다. "임금이라면 백성이 지아비라 부르는 왕이라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그대들이 죽고 못 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갑절, 백 갑절은 더 소중하오." 아마 가족도 이와 같이 표현할 수 있지는 않을까?


"가족이라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내 그들과 함께 살아야겠소, 그까짓 부와 명예 따위보다 내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이 열 갑절, 백 갑절은 더 소중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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