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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뚜아니 Feb 24. 2021

#15 파운드케이크 그 참을수 없는 퍽퍽함.

1일 3파운드케이크 가능?

살면서 한번쯤은 냉장고에서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마주칠 때가 있다.

유통기한 하루,이틀 지난 음식 앞에서서 고민을 한다.

버리긴 아깝고...먹어도 될까? 


음식 잘 못먹고 탈나면 다음부터는 그 음식 먹을때 신경이 많이 쓰인다. 심한 경우에는 그 음식을 평생 안먹는 경우도 있다. 해외여행 가기 전날 점심반찬으로 동그랑땡을 먹었다가 새벽에 토하고 들어누웠던 적이 있다. 항공, 숙박 등 취소수수료가 눈에 밟혀 미련하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침일찍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국제공항 응급실을 찾아서 주사맞고 비행기를 탔다. 


그 다음날 여행간다고 설레여서 내 위가 놀란것인지 동그랑땡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어르신들 말씀에 항상 음식 조심히 먹어야 한다는 말은 불변의 진리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동그랑땡에 배신을 당해 슬펐지만, 그렇다고 포기할수 없었다. 지금은 동그랑땡와의 의리를 지키면서 잘 먹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내 자취방 냉장고에 있는 파운드케이크로 부터다. 내 최애빵(최고 사랑하는 빵) 파운드케이크, 그 퍽퍽한 맛을 좋아한다. 파운드케이크의 기원은 영국의 어느 할머니가 재료를 1파운드씩 넣어서 만들었다고 해서 그렇게 불려온다고 인터넷으로 알려져있다. 카스테라의 부드러운 퍽퍽함과는 다른 파운드케이크만의 퍽퍽함이 좋다. 아침에 두유, 아메리카노랑 같이 먹으려고 저렴한 가격에 인터넷으로 너무 많이 샀던것이 문제가 되었다.


맛있다고 매일매일 먹었다. 아무리 산해진미라도 매일먹으면 질린다고 1주일째 월화수목금금금 파운드케이크 먹었더니 2주째 되는날 슬슬 파운드케이크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이럴줄 알고 4가지 맛으로 다양한 맛의 변화구를 던졌지만, 파운드케이크는 퍽퍽한 성격만큼이나 우직하게 나를 마운드에서 쫓아냈다. 파운드케이크에게 백기를 들고 말았다.


첫날 너무 맛있다고 2개 먹었던 내 패기는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2주일째 찬장에 있는 시리얼 뒤로 남은 파운드케이크들을 안보이게 밀어놨다. 그렇게 2주의 시간이 지나고 시리얼로 아침을 떼웠다. 시리얼도 다 먹어갈때쯤 파운드케이크가 다시 보였다. 유통기이 얼마나 남았나 하고 봤는데 며칠 안남은 상태였다. 


'오마이갓'. 유통기한은 2일 남았고, 파운드케이크는 6개 남았다. 하루에 하나씩 먹어도 4개는 버려야 하나? 아니면 하루에 3개씩? 아침, 점심, 저녁 1일 3파운드케이크? 유통기한의 압박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럴거면 왜 이렇게 많이 샀는지, 버리면 아깝지 않느니 등의 후회는 하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파운드케이크와의 이별을 해야하는건가 싶었지만, 그건 파운드케이크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일단 최대한 먹어보기로 했다. 1일 3파운드케이크는 무리고, 1일 2파운드케이크로 스스로 협상을 완료하였다. 계획은 계획일 뿐이다. 이미 물려버린 내 혀는 1일 1파운드케이크도 힘들었다. 퍽퍽한 파운드케이크 만큼이나 내 인생도 요즘 왜이렇게 퍽퍽한지. 두유로도 해소가 안되는 이 퍽퍽함의 늪에 점점 정신이 혼미햇다. 여담으로 1일 1깡하시는 분들이 존경스러웠다. 


애시당초 나는 빵돌이가 아니기에 아침 빵은 쉽지 않은 DNA를 타고 난 사람이었다. 뉴스나 각종매체로부터 유통기한은 유통하는 기한이고 실제로 몇일 지나고 먹어도 괜찮다는 소식들을 보고 용기를 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하나먹고 경과를 지켜봤다. 하나 먹고 남은건 5개 남았다. 


그 다음날 아침 8시에 화장실을 가는 내 규칙적인 일상은 지켜졌다. 안도감으로 출근하면서 파운드케이크를 하나 챙겼다. 간식으로 먹으려고 말이다. 그렇게 나는 장장 3일동안 파운드케이크와의 의리를 지켰다. 하마터면 파운드케이크와의 이별을 맞이할뻔 했지만 잘 넘어갔다. 


그래도 유통기한 지난 음식은 항상 조심하면 좋겠다.

'먹고 탈나겠어? 죽기야 하겠어?' 그렇게 패기부리지 않으면 좋겠다.

우리의 위장은 예민하고 소중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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