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편한게 장땡이지요.
여름옷은 겨울에, 겨울옷은 여름에.
최저가로 구매하면 기부니가 조크등요.(기분이 좋아요)
경쟁사회에 살다보니 구매하는것도 경쟁을 하게 된다. 먼저 사는것, 많이 사는것 보다 누구보다 더 저렴하게 사는지가 나한테는 더 중요하다. 즉 누가 최저가에 사느냐가 인터넷 쇼핑에서 승리자, 패배자가 된다. 물론 모든 물건을 최저가로 사려고 궁상을 떨지만, 특히 나는 옷을 최저가로 구매하는 것을 즐긴다. 신상을 산다는건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아주 특이한 상황에 놓이지 않는한 신상을 사지는 않는다. 왜냐면 비싸기 때문이다.
매장을 방문해 입어보고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최저가로 구매를 한다. 쿠폰과 카드청구할인 까지 받으면 금상청화다. 때론 가격이 내려갈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어느정도 집에 사계절이 옷이 갖춰져 있다면, 여름옷은 겨울에 겨울옷은 여름에 사는것이 현명하다. 왜냐면 할인을 크게 하기 때문이다. 당장 입지 않고 옷장을 채워도 괜찮다. 입을때 되면 싸게 사서 기분이 좋다.
초등학생때 서태지와 아이들이 전면에 프린팅된 후드티가 있었다. 그 구하기 힘든 서태지 프린팅 후드티를 엄마가 구해줘서 고맙긴 하지만, 그걸 입고 학교를 가니 친구들이 놀렸던 기억이 있다. 문화대통령인 서태지와 아이들옷을 입으면, 패션대통령이 될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사실 이제서야 말하지만 나는 서태지를 좋아하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 그 놀림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아무튼 서태지와 아이들 노랫말 처럼 ‘됐어 됐어 이제그만 됐어’를 외치며 세월이 흐르고 나는 국방의 의무를 마침과 동시에 패션독립에 들어갔다. 20여년 동안 엄마가 사준 옷들과 이별하면서 말이다.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 떠나겠다’ 라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내딛은 첫걸음은 인터넷 쇼핑이었다. 그 당시 동대문을 방문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밀리오레와 두타, 헬로에이피엠은 쉽지 않은 곳이었다. 그 대신 빠른 ADSL, 메가패스의 보급으로 패션커뮤니티를 가입해서 이런저런 눈동냥으로 패션의 트렌드를 익혔다.
소위 보세라 불리우는 옷들을 사입으면서 스스로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었다. ‘이것이 최신 트렌드인가?’ 하면서 나는 유행에 잘 맞춰가고 있구나 싶었다. 그러나 착각은 잠시, 패션에는 늘 불변의 진리가 존재한다. ‘패완얼’,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다. 그리 잘나지 않은 보통 외모를 가진 나로서는 '이 모든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면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패션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신경써야 하는것라는 사실에 귀찮아졌다. 미용실도 가야하고 피부관리도 해야하고 운동도 해야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패션을 완성한다고 느꼈다. 학교다니고 취업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던 때라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그 누구보다 빠르게 인정을 하고 옷에 관심을 끊었다. 20대 한창 멋부릴 나이에, 나의 패션 독립은 이렇게 잠시 미루게 되었다. 마치 콜라독립을 외치며 시장에 나왔던 815 콜라처럼 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면서 옷에 없던 관심이 다시 생겼다. 친구들이 농담삼아 거지같이 입고 다닌다는 팩트폭력을 들으면서 나 자신을 반성했다. 최소한의 매너는 지킨다고 입었는데 주변 사람들 눈에는 그게 아니었나보다. 그렇게 고심하던중, 인기웹툰 ‘패션왕’이라는 웹툰을 접하게 되면서 ‘멋짐’이라는 것이 나한테도 있는가? 도전해볼까? 하는 도전의식에 불을 지폈다. 개성있는 패션니스타들을 보면서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 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내 마음속 깊은곳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월급도 받고 있겠다. 또 술, 담배 등 엄한 돈이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 돈으로 옷을 사기 시작했다. 나름 보세보다는 가성비와 품질을 따져가며 유명 브랜드 위주의 옷들을 사입었다. ‘좋은 옷과 구두는 나를 좋은곳으로 이끌어준다’ 라는 명언을 마음에 새기면서 말이다.
10여년 만에 다시 집에 택배가 자주 오자, 엄마는 올때마다 잔소리를 했다. 잔소리를 이겨내며 박스를 뜯고 옷을 입어보았다. ‘패션왕’이 되겠다고 30대 아들이 집에서패션쇼를 할때면 엄마는 늘 궁상떤다고 한마디 하셨다. 추가로 엄마옷도 사달라고 말씀하셨다. 가끔씩은 엄마옷도 사는데 따라가서 쿨하게 사주고 온다. 여하튼 심사숙고해서 구매한 옷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왜냐하면 사전에 미리 매장가서 입어본 턱에 사이즈 실패는 없고 가격도 최저가로 알차게 구매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본을 지키며 단정하게 옷을 입은지 10년차가 지나가니 슬슬 지겹다. 내 패션 가치관이 바뀐것은 아닌가 싶다. ‘좋은 옷과 구두는 나를 좋은곳으로 이끌어준다’라는 말은 지난 10년동안 나한테는 왜 일어나지 않은가 싶다. 내가 연예인도 아닌데 말이다. 남한테 잘보이려고 옷을 입는것 보다 요즘에는 자기만족으로 옷을 입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옷은 껍데기이다. 30대 중반을 바라보면서 내면을 가꾸는 것에 집중을 해야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조금씩 나이가 드니까 편한게 최고다. 셔츠 보다는 맨투맨이, 정장바지 보다는 트레이닝복이 말이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등산복이 요즘 끌린다.
그렇다고 너무 아재감성 말고 캐쥬얼한 신세대 등산복이 말이다.
등산복을 입고 출근하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출근할때는 등산하는 만큼 힘들고, 퇴근할때는 하산하는 것처럼 발걸음이 가볍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