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러 가는건지 충전하러 가는건지.
카페사장님, 오래 앉아있어서 죄송합니다.
그래서 케이크 하나 더 주문했습니다.
엄마는 항상 내가 뭘하는지 궁금해 하신다. 혼자 책상에 앉아서 뚝딱뚝딱 타자기를 치면 얘가 또 뭔 쓰잘떼기 없는 짓을 하나 관찰을 하신다.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나는 여전히 엄마에게는 어린애로 보인다고 한다. 티비에서 90이 넘은 노모가 60이 넘은 딸을 여전히 애기처럼 챙겨주는 걸 보면 이 세상 모든 엄마의 자식에 대한 마음은 다 똑같은가 보다. 여하튼 나는 늘 독립을 꿈꾸지만 아직은 쉽지 않다. 경제적 독립은 어렵지만 내 자유시간을 위해 아이패드를 짊어지고 카페로 향한다. 집에서는 글쓰기가 잘 안된다는 핑계로 말이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부터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 몇시간씩 앉아서 글을 쓰고 있다. 카페에 앉아 뚝딱뚝딱 타자를 치면 기분이 좋다. 은은한 조명과 적당한 리듬감이 느껴지는 음악, 그리고 커피향을 코로 마시며 글을 쓰고 공부를 하는건 나쁘지 않다. 이래서 요즘 사람들이 카페에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나보다. 공부는 집중을 위해서 조용하고 적막한 독서실에서만 해왔는데 말이다. 내가 뉴스에서 보던 카공족(카페공부족)이 되버리다니, 세상 참 알 수 없다.
프랜차이즈 카페 보다는 합정, 홍대쪽 느낌있는 카페가 좋다. 넓찍한 테이블에 중간에 놓여있는 콘센트가 있는 곳이면 더할 나위없다. 요즘에는 다들 노트북이며 패드를 들고다니니 충전이 필수다. 일단 외관상 느낌이 있으면 들어가본다. 빠르게 의자, 테이블 등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고 제일 중요한 콘센트를 살핀다. 콘센트가 많다 싶으면 베리굿이다. 거기다가 커피맛도 좋으면 금상첨화이다. 콘센트 이용이 쉽지 않은 곳이면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콘센트 많은 카페를 찾아 헤매는 작가를 본적이 있는가, 바로 나다. 몇번 이렇게 해보니 콘센트가 2개이상은 되야지 마음이 편하다. 아이패드에 하나, 아이폰에 하나 꽂고 글을 쓴다. 내가 사용하는 기기들이 횟수로 3년이 넘어가니 배터리 효율이 점점 떨어진다. 가끔씩 필받아서 글을 열심히 써내려가면 배터리가 팍팍 줄어있다.
나는 하루종일 스마트기기를 끼고 사는 사람은 아닌데도 충전이 안되면 불안함을 느낀다. 내 마음대로 이름을 붙이면 ‘충전불안증’이 아닌가 싶다. 카페를 떠나기전에는 90% 이상을 채워야지 마음이 놓인다. 아이패드랑 아이폰이 어느정도 충전되면, 충전불안증은 사라진다. 카페 사장님께는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커피 한잔 시켜놓고 몇시간씩 앉아있는데다가 전기까지 사용하니 말이다. 그래서 커뮤니티에 카페 사장님들이 카공족을 반기지 않는지에 대한 글을 보면 이해가 된다. 그래서 요즘에는 커피 하나 주문하고 케이크도 하나 같이 주문한다. 그러면 카페사장님께 덜 미안하다. 그덕에 케이크 평소에는 잘 안먹었는데 요즘들어 자주 먹는다. 먹다보니 맛있고 기분이 좋다. 글도 잘 써지는 느낌이다. 요새는 일부러 좌석이 많은 대형카페를 가거나 손님이 적은 카페를 찾아간다. 눈치 안보고 마음 편히 글을쓰기 위해 그리고 결정적으로 밉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
얼른 고효율 고성능 배터리가 나오길 고대한다.
아니면 그냥 내가 카페를 차릴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