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이플 May 06. 2021

안경

생활 속의 사물 #3

Image by Foundry Co from Pixabay 


여섯 개의 안경을 가지고 있다. 내가 패피라도 되어서 패션에 따라 안경을 바꾸는--그러기에는 개수가 적은 편이고—사람은 아니고 내 안경들은 패션과는 정말 거리가 먼 실용적인 것들이다. 오랫동안 안경을 써와서 이제는 안경이 몸의 일부분인 것처럼 느껴진다.  


태어날 때부터 눈이 나쁜 사람은 거의 없다. 살다 보니 시력이 떨어져서 안경을 쓰게 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내 평생에 안경을 안 쓰고 지낸 것은 어린 시절 십여 년쯤이다. 안경은 아주 공부를 많이 한 지식인이나 쓰는 것처럼 보이는 시대를 막 지나가던 시절에 학창 시절을 보내던 나는 좀 똑똑해 보이고 싶어서—그러니까 나 스스로 똑똑하지 못한 것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 보려고--안경을 쓰고 싶어서 눈이 나빠질만한 짓들을 찾아서 했다. 그래서였는지 정말 눈이 나빠졌고 안경을 쓰게 되었다.


안경을 쓰면서 깨닫게 된 것은 안경을 쓰는 것이 세상 불편하다는 사실이었다. 콧등에는 눌린 자국이 남았고, 안경이 두꺼워질수록 귀도 아팠다. 옷을 입고 벗을 때나, 뛸 때는 걸리적거리고, 비올 때는 김이 서렸다. 안경이 편안해지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안경을 쓰다 보니 불편했고, 안경을 쓰면 지적으로 보이기보다는 인상이 딱딱해 보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동안은 렌즈로 갈아타려고 노력했다. 안과에 가서 검사를 하고 렌즈를 맞췄다. 그런데 눈이 렌즈를 견뎌내지 못했다. 잠자는 시간 말고는 거의 집 밖으로 나돌던 때라 렌즈를 끼는 시간이 길었고 그래서 눈은 자주 충혈되고 가려웠다. 하드렌즈가 소프트렌즈보다는 적응만 하면 편하다는 말을 듣고 하드렌즈도 해보았지만, 그것도 버텨내지 못하고 결국 다시 안경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안경은 늘 함께 하는 동반자가 되었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시력은 점점 떨어지고 안경의 두께는 조금씩 두꺼워졌다. 직장을 그만두고 이민을 오면서 한동안 일을 쉬었다가 다시 일을 하게 되면서 눈은 더 나빠졌다. 책을 두세 페이지만 읽어도 머리가 아프고 눈물이 나고 글자들이 흐리게 보였다. 검사를 해 보니 노안이 오고 있었다. 


근시에 난시인 데다 노안까지 시작되다 보니 근시용 안경을 다초점 안경으로 바꾸고 일할 때는 컴퓨터 화면을 보기에 편안한 안경을 따로 맞추어야 했다. 게다가 선글라스에도 도수가 들어가 있는 것과 가끔 렌즈를 착용했을 때에는 도수가 없는 선글라스가 따로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개의 안경을 사용하게 되었다. 어떤 때는 머리 위에 안경을 올려놓고 다른 안경을 쓰고 일을 하다, 쓰던 안경을 못 찾고 헤매기도 하고, 컴퓨터용 안경을 집에 두고 출근하면 일하면서 두통에 시달려야 하니 그야말로 안경 없이 살 수 없다.  


노안 때문에 책을 읽는 것도 힘들어졌고 눈을 혹사시키는 일을 줄이기 위해 책 읽기를 줄였다. 그래서 요즘은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 좋아하는 일을 예전처럼 할 수 없게 되어 섭섭하지만, 인생이 그렇다고 망하지는 않는다. 뭔가 다른 재미를 찾으면 되지. 이게 늙어가는 마음일까? 



작가의 이전글 램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