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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May 21. 2021

나는 오늘 쓰레기를 훔쳤다.

ㅡ 시골 쓰레기 소각 현실

시골에 온 지 3년차 봄이다.

지인들이 놀러 오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와~ 공기좋은 곳에 사시네요."


그렇다. 도시보다 공기가 좋을거다.

그러나 늘 좋은 것은 아니다.

시골 이사와서 제일 힘들 때가 어디선가 쓰레기 태우는 냄새이다.

집집마다 뒷마당이나 밭가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깡통이 하나쯤 있다.

처음엔 휴지를 태우나보다 생각했는데 비닐, 플라스틱 가리지 않고 모두 태운다.

버리는 게 없다 모두 태울 수 있다.


왜 그러실까 생각해봤더니 마을엔 쓰레기수거차가 들어오지 않는 거다.

쓰레기를 버리려면 차타고 10분 거리 면사무소가 있는 삼거리까지 이동해서 버려야 한다.

대부분 노인들이 사시다 보니, 종량제 봉투를 돈 주고 사는 것도 분리수거를 일일이 해서 버리는 일도 수월하지 않다.


대부분 밭농사를  짓는데 결국 그 오염물질이 먹거리에 전염된다는 건 뻔한 일이다.

면사무소에 문의를 했지만 마을마다 들어갈 인력과 예산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소각이 불법이지만 단속도 못할뿐더러 해결책도 없다는 말이다.

답답한 마음에 우리라도 나서볼까 했지만 우린 트럭도 없고 15가구가 넘는 마을 쓰레기를 매번 갖다 버릴 만큼 여유도 없다.


옆동네 사는 귀촌 주민도 쓰레기 소각 문제를 제기해서 방법을 찾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비 온 뒤라 태우기 딱 좋은 때인지 벌써 아랫집에서 매캐한 연기가 올라온다. 빨래를 하다가 말고 급히 집안 창문 단속을 했다.

환경문제는 저 멀리 지구촌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가까이 있는 것이다.


마을 경로당 앞에 드럼통 소각로가 있다. 공공연히 누구나 버리고 태우는 장소인 듯 싶다. 젊은 우리라도 문제 제기를 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가끔씩 쌓여있는 비닐, 플라스틱 쓰레기를 몰래 훔쳐온다.

내 가까이에서 태우지 말았으면 하는 소심하고 이기적인 대처일 뿐이다.


시골에서 나무 타는 좋은 냄새만 나길 바란다.

그래서 어르신들도 좋은 공기 마시고 사셨으면 좋겠다.

'어르신들 제발 쓰레기는 태우지 말고 버리세요. 그거 마시면 몸이 아프고 채소도 공기도 오염돼요.'

우리가 이 말을 하려면 대안이 있어야 한다.

대신 버려주던지 수거차가 마을로 오던지.


더불어 환경부도 제발 구체적인 대안을 좀 마련하면 좋겠다.


생태계는 돌고 돌아 결국 나에게 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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